박 기 홍 청주하나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더운 열기로 지치기 쉬운 여름이다. 에어컨이 가동된 시원한 실내 안에 있으면 지금이 여름인지도 모르고 지나가지만 거리에서 느끼게 되는 더운 공기는 지금이 여름임을 실감케 한다. 열대야가 있는 밤에는 잠을 설치게 되고, 잠을 설친 다음날에는 온몸이 찌뿌둥하고 기분까지 좋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잠을 잘 자는 방법은 없습니까?” 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참 많이 받는다. 물론 필요한 경우 소량의 수면제나 안정제가 잠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약 처방보다 불면증을 극복하는데 더 바람직한 방법은 좋은 수면습관을 갖는 것이다.

좋은 수면습관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지는 않지만 장기간 꾸준히 지키게 되면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

좋은 수면 습관은 첫째, 밤에 잠자리에서 시계를 보지 않는 것이다.

보통 불면증이 심한 분들은 “오늘은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자꾸 시계를 보는 경향이 있는데 시계를 보면 볼수록 불안감이 커져 수면에 방해가 된다.

둘째,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일을 하는 분들의 경우 주중에는 일터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다가 일터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주중에 밀린 잠을 보충한다고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좋은 수면 습관이 아니다. 주말이건 공휴일이건 불면증이 있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

셋째, 커피나 초콜릿같이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은 늦은 오후부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의 자극적인 효과는 여러 시간 지속돼 밤에 입면을 방해할 수 있으며, 이뇨작용이 있어 밤에 소변을 자주 보게 하여 수면에 방해가 된다.

넷째, 낮잠을 피해야 한다. 낮잠은 자연적인 수면사이클을 방해하여 밤에 잠드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음주를 제한해야 한다. 알코올은 뇌의 전기활동을 방해하고, 수면단계 중 렘수면을 억누름으로써 정상적인 수면흐름을 훼손시킬 수 있다.

여섯째, 밤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면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럴 경우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자극적이지 않고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그때 잠자리에 눕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곱째, 잠자리에서는 잠을 자는 것 이외의 활동을 하면 안 된다. 우리는 보통 잠자리에서 TV나 핸드폰을 보거나 간식을 먹고 잡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이 불면증이 있다면 잠자리는 잠만 자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잠자리에서는 다른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여덟째, 오전·오후에는 가급적 햇볕을 쐬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햇볕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분비에 영향을 주어 밤에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 햇볕을 쐬면서 산책을 한다면 낮 시간의 활동도 겸하게 돼 더욱 수면에 도움이 된다.

좋은 수면 습관은 지키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며 효과도 바로 나타나지 않아 불면증을 가진 분들이 금방 포기하기가 쉽고 손쉽게 약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약 복용은 불면증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에 앞서서 좋은 수면습관을 갖는 것은 불면증 극복에 더욱 도움이 되는 중요한 것이다. 열대야에 고생하게 되는 더운 여름철 자신의 수면습관은 올바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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