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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가 아니라 건성건성이 문제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건성건성이 문제다.
  • 동양일보
  • 승인 2014.07.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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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수 길(소설가)

 ‘빨리빨리’가 우리사회 모든 부실의 원인인 것처럼 회자되어 왔다. 크고 작은 사고와 자고나면 터지는 비리와 부정, 이게 압축성장의 후유증인 빨리빨리의 악폐 탓이라는 것이다. 
 제1차 경제개발계획(62~66)기간에 우리나라 수출실적은 2억5천만 달러, 1인당 GNP 125달러였다. 이때는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이 목표였지만 까마득한 꿈이었다. 그러나 제4차 계획(77~81)기간에는 수출 206억 달러, 국민소득 1719달러가 됐다. 20여년 만에 수출 100배, 국민소득 14배가 증가하고 성장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3차. 9.7%)할 만큼 급성장했다. 정부 기업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뤄낸, 압축성장의 결과였다. 외자도입이 큰 몫을 했지만, 더 큰 몫은 땀 닦을 새 없이 ‘빨리빨리’허리 휘게 일한 근로자들의 근면정신이었다.
 자본 자원 기술, 모두 부족한 터에 최단시간에 빈곤탈출을 위해선, 비용절감과 시간단축이 최우선과제였고, 관의 독려와 근로자들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여유라곤 아무 것도 없던 그때는 근로자들의 땀과 빨리빨리가 약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세계 10위권 안팎을 가리킬 만큼 풍요를 누리게 됐다. 보릿고개는 옛말이 됐다. 여인들 머리카락까지 잘라 팔아야했던 슬픈 수출 품목은 선박과 자동차, 원전플랜트와 첨단기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행복지수는, OECD회원국은 물론 세계 모든 국가와의 비교에서도 하위권이다. 국민의식이 물질적 풍요와 병행상승 한 게 아니라, 앞질러 키운 물욕에 함몰 된 탓이다. 
 더 빨리 더 쉽게 더 많이 갖고, 더 빠른 신분상승을 위해 서두르다 보니, 법과 규칙, 절차를 어기고 도덕과 양심도 팽개쳤다. 그 결과는 비리와 부정, 사고빈발로 나타나고 이는 불신과 불안으로 이어졌다. 개발시대의 빨리빨리는 국가경제라는 큰 그림을 위한 근로자의 희생을 상징하는 단어였지만, 오늘날의 빨리빨리는 사리사욕을 위한 비리 부정의 수단이 되고 사고와 범죄를 잉태하는 단어가 됐다. 과거의 빨리빨리는 공동성과가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협동을 독려하는 땀의 대명사였지만, 오늘날의 빨리빨리는 법과 절차를 건너뛰고 책임과 양심을 버린 채, 대충대충 하고 건성건성 넘어가는 부실과 부정음모의 대명사가 됐다.
 개발시대에 약이 됐던 빨리빨리가 일부 악폐로 작용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는 근성을 물려받은 후세대가, 본래 목적은 외면하고 수단만 왜곡한 탓이다. 한마디로 개발시대의 빨리빨리는 ‘속전속결=완벽철저’를 강조했지만, 요즘은 ‘건성건성=규칙무시’로 변질 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빨리빨리 탓인가? 화물과적과 고박부실, 승객초과와 장비점검부실, 부정증축과 자격미달선원, 대피방송단절과 승객방치, 구조지휘혼선과 지연, 이건 빨리빨리 탓이 아니라, 빨리빨리 할 일을 어기고, 미루고, 안 하고, 뒷돈거래로 건성건성 넘긴 탓이다. 
 유병언 체포 작전에서 드러난 부실한 수사, 숱한 헛발질도 빨리빨리 탓은 결코 아니다. 수만 명을 동원, 수백 곳을 수색 하고도 코앞의 유병언을 놓치고, 시체나 거둬들이게 된, 어이없는 작전은, 그 과정 모두가 치밀하지 못하고 건성건성 지나친 탓이랄 수밖에 없다.   
 국회 법사위와 안행위의 긴급현안질의(7.24)에 참석했던 의원 대부분이, 경찰청장과 법무장관 사퇴하라고 호통 친 뒤, 질문만 던져놓고 자리를 뜬 것 역시 건성놀음의 표본이었다.
 우리 형편이, 배곯지 않고 살만한데도 행복지수가 낮은 까닭은, 첫째는 자기분수를 뛰어 넘는 물욕에 함몰된 이기적인 의식 탓이요, 다음은 그로해서 책임과 의무에 무관심한 채 건성건성에 익숙해진 행동습성 때문이다. 온갖 비리와 부정이 거기서 시작되고, 그것이 각종 사고로 이어지면서 불안과 불신을 초래해, 행복체감 온도를 곤두박질치게 했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복지확대나 사건 터질 때마다 책임자문책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며 팔뚝질할 게 아니다. 국민과 관료, 정치인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행복은 오지 않는다.
 한국인은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민’(OECD 34개국 중 1위. 2012)으로 알려 졌다. 그러나 단위시간당 생산효율성을 따지면 등위는 거꾸로 세어야 빠르단다. 근로자들이 건성건성 시간 때우기로 넘긴다는 얘기다. 선대들의 빨리빨리는 이런 농땡이 늘보행태가 아니었다. 
 ‘빨리빨리’ 탓은 접을 때다. 국민은 과욕을 버리고 근로자와 관료는 건성놀음을 고쳐야한다. 특권이나 누리며 본업은 건성건성인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표로 축출해야 한다. 이 위기를 또 건성건성 넘기면 장관이 열 번 바뀌고 대통령이 백번 사과해도 치유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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