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박사 ‘내릴수 없는 배’ 펴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넘었다. 여전히 실종자가 남았고, 유병언 일가를 상대로 사상 최대 검거작전을 폈다는 검찰과 경찰은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아직 갑론을박이고, 대통령까지 사과에 나섰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반도 대운하 등 큼직큼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경제학자로서 적극 목소리를 내 온 우석훈박사는 신간 내릴 수 없는 배’(웅진지식하우스) 서문에서 자신이 배를 여러 번 탔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렇게 썼다.

그렇게 배 타는 일에 겁을 안 내는 나도, 제주로 가는 청해진해운의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는 무서워서 못 탔다. 도저히 식구들을 데리고 탈 엄두가 안 났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말했어야 했다. 내릴 수 없는 배에 대한 이야기를 더 빨리했어야 했다.”

책은 시종일관 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가 말하는 배란 말 그대로 세월호 참사 이후 물 위로 드러난 해운업계의 구조적 병폐를 뜻하기도 하고, 큰 의미에서는 민영화 물결에 휩쓸린 한국 자본주의의 은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 두 문제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저자는 내항여객선 선원 가운데 75%가 비정규직인 현실, 선박 연령을 연장할 길을 터 준 이전 정부의 공공성 약화 조치, 고유가와 저가항공 등장으로 여객선 운항의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여객선을 이용한 수학여행을 권장한 사례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터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현실을 진단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된 몇몇 인물에게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하는 것은 본질과 거리가 멀다.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을 엄중히 처벌하고,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유병언 일가를 붙잡아 보상금을 받아내는 일벌백계를 보인들 민간기업 전체의 안전관리 수준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떨까. 1993292명이 사망한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이후 정부는 여객선 운항관리를 해운조합에 넘겼다. 저자는 이를 정부가 앞으로는 책임지는 일은 안 하겠다는 의도를 내놓은 것으로 봤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전처 신설 방안 역시 저자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재난 현장에서 구경하고 보고만 받을 뿐 어떤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정부가 모든 선사를 인수하는 완전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거칠게 계산하면 1조원 미만으로 모든 선사를 인수할 수 있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 등을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만 받아 챙길 우려가 있는 준공영제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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