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 희망일터 봉사단





다양한 루트 활용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업 통해 기회 마련
지난해 1월 젊은이들 모여 구성… 소외계층 대상 봉사와 후원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장애인 지원… 청소 등 궂은 일도 ‘척척’

우리는 종종 초토화되는 삶과 마주한다. 이 삶들은 대부분 사회 변두리에 위치한다. 변두리의 삶은 장애와 궁핍, 늙거나 쇠약함으로 고통받는다. 경제적으로는 잉여의 존재이고 사회적으로는 연민의 대상이다. 이들을 이렇게 내모는 것은 정상과 비정상을 끊임없이 구분하는 칼날같이 아픈 시선들이다. 이 시선의 근저에는 박애 없는 제도와 영혼 없는 동정이 자리한다.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산이다.
계룡 희망일터 봉사단(대표 박민수)은 오늘도 이 산을 넘고 있다. 장애인을 단지 도움이 필요한 동정 대상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의 인격체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게 희망일터의 논지다.
그래서 희망일터는 그들의 일상을 삶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는 노력에 경주한다. 다양한 루트를 활용해 일거리를 창출하거나 사회적 기업을 통해 기회의 공간을 마련하는 데 애쓰고 있다. 장애인 스스로의 힘으로 노동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삶의 여가를 누려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계룡 희망일터는 지난해 1월 출범한 젊은 단체다. 계룡과 대전 지역의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와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희망일터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재활과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근로시설 확보에 힘을 쏟는다. 장애인을 일방적 수혜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철폐하고 그들의 잠재성을 이끌어 내려는 마음에서다.
이들이 추구하는 근로시설은 제도권에서 시행하는 보호작업장의 한계를 넘기 위한 것이다.
재활을 목적으로 관리되거나 특정 단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장애인이 아니라, 즐겁게 일하고 수익이 오르면 그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게 박민수 대표의 설명이다.
박민수 대표는 “보호작업장에서는 장애인들의 노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열심히 일해도 삶의 여유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들은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열심히 일한 만큼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이러한 생각은 오랜 기간 사회복지사로 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깨달은 것이었다. 안타까웠다. 같은 인격체로 보다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지난 2011년 12년간 재직했던 복지사를 그만뒀다. 가족을 책임져야 할 35살의 젊은 가장임에도 제도권을 버리고 현장 속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고난과 궁핍을 피하지 않았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상상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의 힘이었고, 희망일터에 모인 회원들의 바람이었다.

● 인내로 만드는 희망 일자리
계룡 희망일터의 지난 1년은 무척 바빴다.
소외된 이웃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동서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지인을 통해 쇼핑백 접는 일거리를 확보했다. 장애가 있더라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고 성실히 일하면 더 나은 보상을 해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현수막을 내걸고 장애인 및 소외계층 근로자 모집에 나섰다. 계룡 지역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홍보가 안 되다 보니 힘들었다. 일은 많이 들어왔으나, 정작 일을 찾는 사람들이 없었다. 계룡시청을 찾아가 협조를 구했고 대한노인회를 통해 쇼핑백 물건을 전달했다. 아는 지인들을 통해 소개 요청을 하는 등 백방으로 뛰며 6개월을 버텼으나 결국 포기해야 했다.
박 대표는 “계룡지역에 우리 단체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며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우리 단체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내 갖고 노력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소외계층 일터가 바로 사회의 자본
희망일터의 포부는 크다. 지난 1년간 좌절을 맛보긴 했으나, 마음은 오히려 더 풍요로워졌다는 게 이들의 응답이다.
앞선 경험은 이들을 더욱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회비를 털어 소외된 이웃에게 세제 등 필요한 생활용품을 나누고, 돈이 없을 때는 청소 등 몸으로 봉사를 실천했다.
사업하는 회원은 자신들의 물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희망일터의 생각과 마음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었다.
희망일터는 근로시설 마련을 넘어 사회적 자본의 기반 구축을 더 큰 목표로 제시한다. 나눔의 가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천하려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박 대표는 “많은 것을 나누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나가야 한다”며 “청주 보람동산처럼 계룡에 최저생계비 이상 맞춰 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우리 지역 삶이 보다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겁게 일하는 직장,
 정당한 대가를 받는 환경 조성”
박민수  계룡 희망일터 대표
“장애인 등 지역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대전과 계룡 지역에서 사업하는 분들이 모여 발족했습니다”
박민수(사진) 계룡 희망일터 대표는 봉사단의 설립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웃과 함께 더불어 행복한 지역을 만드는 것은 나눔 운동을 전개할 때 가능한 것 같다”며 “저희 봉사단은 소외이웃에게 필요한 물품을 후원하거나 직접 몸으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출범한 계룡 희망일터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재활과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근로시설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장애인을 일방적 수혜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철폐하고 그들의 잠재성을 이끌어 내려는 취지에서다.
박 대표는 “재활을 목적으로 관리되거나 특정 단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장애인이 아니라, 즐겁게 일하고 수익이 오르면 그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지역 내에서 의미 있는 근로작업장을 조성해 장애인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관리를 함께 해나가야 한다”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로 장애인 복지 분야에 12년간 근무했던 박민수 대표.
박대표는 끝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의 역량강화와 사회적 인식개선을 통해 완전한 사회참여와 기회의 균등, 나아가 보편적 권리 확산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장애인 근로자들도 열심히 일한 만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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