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저자를 축하해주기 위해 열리던 출판기념회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뇌물성 정치헌금 제공의 통로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5일 열린 박희팔 칼럼집 풀쳐생각출판기념회는 그 순수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 뜻 깊고 가치 있는 행사였다.
박희팔 소설가가 속해 있는 뒷목문학회가 연 이 행사는 초대장도, 초청 손님도 없었다. 참석자들은 박 소설가의 아내와 딸, 주최측인 뒷목문학회 회원 등 30여명에 불과했다. 몇몇 문우들이 그의 인터뷰 기사 중 행사가 공지된 마지막 한 줄을 보고 찾아 왔을 뿐이었다. 박 소설가 본인은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자축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강제적인 책 판매도, 지루한 내빈 소개도 없었다. “1분 이상 축사할 경우 분당 1만원의 축사비를 내야 한다는 사회자의 너스레에 몇몇이 벌금조로 축사비를 냈을 뿐이었다. 약력 소개, 가족 소개, 작품 낭독 등 평범하게 진행되던 이 행사는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1분씩 축사를 하는 순서로 이어지며 즐겁고 화기애애한 축하의 장이 됐다.
박 소설가에 대해 누군가는 뒤에서 보면 80대 노인 같고, 앞에서 보면 홍안 소년인, 마음의 덩치가 큰 분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키는 작지만 실상은 대단한 장부라며 그의 인품을 칭찬했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삶의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분이라고, 누군가는 소설을 쓸 수 밖에 없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그의 글 솜씨를 높이 샀다. 모두 선배이자, 동료 문인이자, 스승인 그가 지역 문단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음에 감사했고, 건강하게 장수하며 더 좋은 글을 오래오래 써주기를 한 마음으로 바랐다. 박 소설가는 분위기에 휩쓸려 칠십 평생 어디서도 한 적 없는 집안의 내력까지 이야기한다. 과분한 대우에 감사하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웃었다.
축하를 하는 이도, 축하를 받는 이도 기쁜 마음으로 가득했다. 눈도장만 찍고 성급히 자리를 뜨는 손님도 없이 참석자들은 1시간 40여분의 시간을 함께 했다. 소박하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즐거운 잔치였다.
 
조아라(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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