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환

사랑을 하면 저렇게 둥글어지는구나.
귀 기울이려면 안아주려면 입 맞추려면
너를 향한 가장 가까운 자세가 되어야 하는구나.
입만이 아니라 귀만이 팔다리 발바닥만이 아니라
나의 모두가 가장 가깝게 너를 향하기 위해서는
둥글게 구부려 너에게로 모아져야 하는 것이구나.
할머니의 죽음도 궁륭을 사랑하여서 둥글었구나.
먼 직선이어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수평선아.
너에게로 헤엄쳐가는 물길만은 그래서 둥글구나.
웃는 당신의 속눈썹은 날 사랑해서 둥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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