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사과를 본다 탁자 위에 놓고 들여다보는 동안 집중하는 붉은 소실점은 사과다 단단한 껍질 속 달콤한 육즙과 향을 베어무는 소리가 떨리고 나의 시선은 시간과 공간을 나란히 펼쳐 놓은 채 거침없이 빠져드는 경험을 집중한다 사과는 더욱 붉어지고 사과는 나를 투명해질 때까지 바라본다 나는 이미 사과가 없어도 집중할 수 있는 너무나 먼 거리에 서 있다

나란한 평행선처럼 사과와 나는 소실점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곳에 서서 여전히 사과를 본다 우리들의 시선은 만날 수 없는 사과와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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