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견 현안 등 민감 사안 외면

-충청권광역행정본부 유명무실 우려
대전·충북·충남·세종, 내년 설립 합의
갈등·이견 현안 등 민감 사안 외면
원론적 행정 공조 등 선언만 되풀이
조정·절충·타협 등 실질 기능 강화 필요

충청권 4개 광역단체의 행정 협력을 통한 상생발전을 취지로 내년 설립 예정인 충청권광역행정본부가 기존 충청권행정협의회나 마찬가지로 유명무실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북도, 세종시 등 충청권 4개 광역단체는 지난해 8월 충청권 4개 시·도 행정 협의체인 충청권행정협의회 정례회의에서 충청권 전체의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 충청권광역행정본부를 설치·운영키로 합의했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는 이에 따라 우선 충청권광역행정본부의 법적 지위와 출범 규모, 주요 업무 등의 결정과, 충청권 상생협력과제 발굴 등을 위해 충청권광역행정본부 설립 기획단을 세종시에 설치, 내년 1월부터 운영키로 합의했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는 기존 충청권행정협의회가 상징적인 운영으로 실질적인 행정 공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데 공감,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공조를 통한 상생 발전을 위해 충청권광역행정본부 설립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4개 광역단체의 지역특성과 주민 정서상 충돌하거나 경쟁할 수밖에 없는 갈등 현안의 해결책 모색을 위해선 무엇보다 4개 광역단체간 이해와 절충, 합의와 타협을 통한 접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 충청권광역행정본부의 주요 기능과 역할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광역행정본부가 충청권 4개 광역단체간 이견을 보이거나 대립·갈등 관계에 있는 쟁점 현안들에 대해 조율·조정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충청권 광역단체간 상충되는 현안들이 돌출돼 있으나, 이에 대한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한 4개 광역단체간 협의나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민선 6기 들어 처음으로 11일 열리는 충청권행정협의회에서도 이같은 갈등 현안들은 배제한 채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추진중인 협력 방안들에 대해서만 논의키로 한 대목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선 6기 들어 충청권 광역단체간 역점 시책 중에는 지역간 갈등과 발전 동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쟁점 현안들이 적지 않음에도 이같은 현안에 대한 논의는 아예 외면한 셈이다.
대표적인 상충 사례는 KTX 세종시 역사 신설 추진과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추진 등 충청권 발전을 견인할 주축 교통망의 분산 우려다.
이 때문에 충청권광역행정본부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갈등 쟁점들에 대한 절충과 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원론적 공조 방안만 논의하는 형식적 운영에 그칠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결국, 기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충청권행정협의회가 충청권광역행정본부로 간판만 바꿔 단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충청권 자치단체 안팎에선 “정치·행정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해법을 모색, 충청권 자치단체들이 공동발전할 수 있는 쟁점들을 논의하지 않는 행정기구는 상징적 운영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독자적 발전 추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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