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베일에 싸여있던 ‘애플 유니버시티’ 게재



랜디 넬슨 특강 통해 애플
-피카소 연계성 다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 내 시티 센터구역의 사다리꼴 모양 강의실.

강사인 랜디 넬슨은 피카소가 1945년 제작한 11장의 연작 판화 황소를 보여 주면서 애플의 회사 철학을 교육했다.

이 연작에서 피카소가 디테일을 단계적으로 생략해 나가면서 극도로 정제된 본질만 남기는 방법을 보여 줬듯이, 애플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법, 마케팅 등 모든 업무 처리에 바로 이런 철학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11(현지시간) ‘황소를 단순화하기: 피카소가 애플의 스타일을 가르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애플의 사내 연수 과정 애플 유니버시티를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는 2008년 임직원들에게 애플의 비즈니스 문화를 심고 회사의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애플 유니버시티를 만들었다.

애플 유니버시티 연수는 의무 사항이 아니고 권고 사항이지만, 강의에 등록할 신입 임직원들을 모집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NYT사내 연수과정이 있는 회사는 많지만 이런 과정들은 종종 주입이라고 지칭된다고 지적하고 애플 유니버시티가 테크 업계에서 관심과 감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 관해 월터 아이잭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에 간략한 언급이 나오기는 하지만, 애플은 관련 사항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강의실 사진이 유출된 적도 없으며 강사 인터뷰가 나간 적도 없다.

NYT는 강의를 들은 애플 직원 3명으로부터 익명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애플 유니버시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마치 애플 제품과 같이 매우 치밀하게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 수강생은 심지어 화장실에 놓인 화장지도 정말 멋있다고 전했다.

다른 많은 회사들과 달리 애플은 이 연수 과정을 외주 업체에 맡기지 않고 연중무휴로 상시 운영한다.

연수 과정은 애플에 고용돼 전업으로 일하는 강사, 작가, 편집자들이 직접 설계하며, 이 중 일부는 예일, 하버드,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스탠퍼드,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명문대학에서 교수를 지낸 이들이다.

원래 재직하던 학교에서 겸임 직위를 유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프로그램을 2008년 처음 설계한 것은 조엘 포돌니 당시 예일대 경영대학원장이었다.

현재 애플 부사장인 그는 지금까지 애플 유니버시티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다.

NYT에 따르면 애플 유니버시티의 수강신청은 애플 임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내부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이 연수 프로그램은 수강자의 직위와 배경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된다.

예를 들어 최근 애플에 인수된 벤처기업의 창립자들이 자연스럽게 애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강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일부 강의는 애플이 내린 중요한 사업상 결정에 관한 사례연구를 교육하기도 한다.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호환되도록 한 결정 등이 그런 예다.

잡스는 처음에 이에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부하 임원들의 설득으로 고집을 꺾었는데, 이 결정이 결국 나중에 아이폰의 성공을 낳는 아이튠스 생태계의 형성에 도움을 줬다.

강의는 대부분 애플 본사 캠퍼스에서 이뤄지지며, 가끔은 중국 등 해외 지사 사무실에서 열릴 때도 있다. 이럴 경우 교수들이 출장을 간다.

구글 TV와 애플 TV의 리모컨을 비교하면서 애플의 회사 철학을 설명하는 강의도 있다.

애플을 애플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강의에서 넬슨은 78개의 버튼이 달린 구글 TV의 리모컨과, 3개의 버튼만 있는 애플 TV 리모컨을 비교하는 슬라이드를 보여 주면서 애플의 제품 설계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고 한 수강생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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