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딱 그짝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박영선 새정연 원내대표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초라한 합의안’을 들고 나왔다. 합의안이라고 내놓은 것을 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질타하고 나섰다. 급기야 새정연 의총에서 합의안 추인은 거부 당해 재협상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도 그럴 것이 세월호 유가족이나 야당에서 반영시키려던 내용, 조사위의 수사권 부여라든가, 특검 추천 관련 등의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새누리당의 주장이 오롯이 적시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가족들이나 농성자들이 새정연을 두고 ‘2중대’라 부르는 것도 밉상맞기 그지없는 시누이짓을 하고 있는 것 때문이다.
딴에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고 되뇌일지 모르지만, 박 원내대표는 보기에 참 딱하게 됐다.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일엽편주처럼 새정연의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정작 새정연 본인들은 느끼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이러다가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렇게 된 까닭은 야성(野性)을 잃은 야당에 있다. 정치적 담론이 모아지면 그 방향을 향해 돌진하던 모습이 유신독재시절이나 군부독재시절에는 있었다. 그리고 국민들이 그 모습에 뜻을 같이 했던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담보로 민주화를 이루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지금 야당의 모습은 어떠한가. 유약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선거에서 묵중한 펀치를 연타를 얻어맞고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연승을 거둔 여당에 위압감을 느끼고, 그 위세에 눌려 지레 양보할 답부터 찾으려 하는 모습이다.
사실, 본질적으로 따지자면 때리는 시어머니가 더 미워야 하는 법이다. 하면서도 말리는 시누이가 미운 것은, 겉으론 말리고 있는 그 시누이가 내심으론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모멸감에 있다. 새정연이 그 모양까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6.4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은 자신감에 차 있다. 그 자신감을 밑천 삼아 ‘위험스런 발언’도 공공연히 쏟아낸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교통사고 운운하며 공공연하게 폄훼한다거나, 교통사고 일종이니 물질적 특혜가 가선 안된다는, 일종의 논점을 호도하는 말들이 그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라는 건 경제적 특혜와 두둑한 손해배상이 아니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수백명이나 잃었으니, 참사의 원인과 과정, 결과들이 어떻게 됐는지 철저히 규명하자는 것이다. 철저한 진실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의 본질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철저한 진실 규명을 하기 위한 답은 이미 나와있다. 그 주체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을 운운 하면서 진실을 밝힐 수는 없다.
그 힘을 찾기 위해 야당은 야성을 가져야 한다. 야당다운 모습,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야당의 강력한 추진력이 이제야말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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