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 황(논설위원.시인)

  오늘 한국을 방문하는 ‘뽀빠이(POPEYE)’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누구인가? 2013년 3월 13일, 로마 바티칸시국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한 이탈리아출신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예수회에 들어가 1969년 사제품을 받고, 2001년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된 그가 교황선출회의인 ‘콘클라베’에서 전 세계 12억 신자를 가진 가톨릭교회의 제266대 교종(敎宗)으로 선출된 것이다.
그가 택한 교황의 이름은 가난한 자들의 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다. 그동안 아무도 선택한 적이 없는 ‘프란치스코’를 교황 즉위 명으로 가진 최초의 교황이 됐다,
‘최초’의 시작이었고 ‘파격’ 행보의 예고였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선출된 최초의 교황, 예수회 회원 중에서 선출된 첫 번째 교황, 교황 관저 대신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지내는 바티칸의 산타 마르타 게스트 하우스를 숙소로 정했고, 요란하고 화려한 의전을 마다하고 방탄차 대신 작은 소형차를 타고 다니며, 교황의 반지도, 교황의 의자도, 제의도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원했다. 그랬다. 첫 즉위식 당시 교황의 축복을 기다리는 많은 신자들을 향해 먼저 부족한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는 교황, 무슬림 여인의 발을 씻기고 입맞춤하는 교황, 타 종교 지도자에게 먼저 머리를 숙이는 교황. 이번 방한에도 방탄차가 아닌 중소형 국산차를 희망했고, 숙소도 특급호텔이 아닌 청와대 옆 교황청대사관에 숙소를 정했다.
  2013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포브스가 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도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꼽은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난한 교회,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위한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촉구하며, 스스로 검소하고 낮은 모습으로 성큼성큼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보여주는 그의 행보는 ‘즐거운 파격’이었고 세계를 향해 보내는 그의 미소는 그대로 ‘복음의 기쁨’이 되고 있다.
뽀빠이(POP-EYE)는 ‘교황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 교황이 바라다보는 곳’을 의미하는 합성어다. 그가 관심을 두고 바라다보는 곳은 어디일까. 그가 낮은 자세로 만나기를 청하는 그들은 누구일까. 말할 것도 없이 가난하고 소외되고 약한 이웃이다.
교황은 더 이상 바티칸시국의 최고 수위권자로 머물길 원치 않는다. 교황청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한 사회의 위대함은, 그 사회가 가장 어려운 사람과 가난밖에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이며, “기부의 문화가 아닌 노동의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알려진 대로 4박 5일의 일정으로 오늘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5월, 첫 한국을 방문할 당시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추며 한 말은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었다. 그로부터 30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서는 아시아지역 최초의 방문 국으로 ‘순교자의 땅’ 한국을 택했다.
오늘 청와대 예방을 시작으로 15일 대전교구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아시아청년대회개회미사’,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124위 시복미사’, 청주교구 ‘꽃동네방문’, 17일 솔뫼성지에서의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18일 서울명동성당에서 대미를 장식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까지 공식행사가 예정돼 있다.
교황의 한국방문에 대한 관심만큼 ‘프란치스코 효과’에 대한 예측과 해석도 다양하다. 일부 기업은 ‘교황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한껏 들떠 있기도 하다.  분명 남북관계 개선에도, ‘세월호 참사’를 겪은 가족들에게도, 종교계의 혁신에도, 정치계의 개혁에도 얼마간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교황의 이번 한국방문의 의미는 정치,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가 초대하는 희망의 잔치는 책이나 제도나 구호가 아닌 바로 우리 삶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화수분(河水盆)’ 같은 보물도 없고 도깨비 방망이 같은 기적도 없다. ‘TV를 끄고, 가족과 대화하라’며 그가 건네는 평범한 ‘행복10계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진정한 ‘프란치스코 효과’는 삶의 ‘제자리 찾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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