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의 방한은 1984년에 이어 1989년 한국을 찾았던 요한바오로2세 이후 25년만이다.
이번 교황의 방문 목적은 ‘사목 방문’이다. 교황청과 한국천주교는 교황 방문 목적의 본질이 호도되는 것을 의식, 이같은 공식 방문 목적을 거듭 강조해왔다.
세계 가톨릭 수장인 교황이 한국과 아시아 천주교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방한 일정도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와 천주교 순교자 시복식 집전, 한국과 아시아 주교단과의 만남, 가톨릭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 방문 등 대부분 종교 행사로 짜여졌다.
그럼에도 천주교 안팎에서는 교황의 이번 방한에 사목방문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지금까지 교황이 걸어온 길과 세상에 던진 메시지를 살펴보면 한국 방문이 단순히 종교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또한 가난해야 한다는 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이며, 전쟁에 반대하고 종교간 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분명하다.
또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불안한 미래에 떨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남북한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점도 이번 방한의 한 의미다.
교황이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등을 만나기로 한 것도 평소 지녀온 철학과 종교관에 따른 실천으로 보인다.
이같은 교황 방한의 본질적 목적을 감안할 때, 이번 교황의 방한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여야 정치권이 교황 방문의 목적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 정치적 논란이나 갈등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왜곡한다면 종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교황은 사회적 갈등 쟁점에 대해 어느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갈등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순수한 종교적 차원에서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교황의 방문을 자신들의 주장과 논리가 마치 정의인 것처럼 호도한다면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신성하고 경외로운 종교적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 영접하고 평가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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