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버림받은 자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소외된 이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음성 꽃동네 ‘희망의집’에서 있었던 교황과 장애인들의 만남은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교황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한 시간 가량 이곳에 머물며 자신이 장애인들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있는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교황이 희망의집에 도착하자, 꽃동네 노숙자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며 환영했다. 예수의 꽃동네 남녀 수도회 대표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자,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같은 눈높이에서 인사했다.
교황은 먼저 경당을 찾아 꽃동네 가족과 함께 경건하게 기도를 바친 뒤 장애인과 봉사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2층 강당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성모의집 장애아동 40명, 희망의집 장애어른 20명, 구원의집 노인환자 8명, 천사의집 아기 8명, 호스피스 환자 4명 등 80명의 장애인이 교황을 맞이했다.
먼저 차 필립보 어린이 등이 교황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교황은 “이 꽃을 성모님께 봉헌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어린이들에게 물은 뒤 동의를 얻어 강당 안의 성모 마리아상 앞에 바쳤다.
장애를 가진 11명의 어린이들은 여름 내내 땀 흘려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다. 준비한 노래는 ‘주님 달링 주님 허니’, ‘축복합니다’ 등 두 곡. 비록 두 팔과 다리는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어린이들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율동을 했고, 교황은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선 채로 공연을 관람했다.
꽃동네 가족들이 정성스레 마련한 선물 증정이 이어졌다. 하반신마비 장애인인 베로니카씨가 불편한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 초상화, 뇌성마비 장애인인 김인자씨가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 꽃동네 수도자 찬미단이 교황 방한을 기념해 발매한 음반 ‘복음의 기쁨’이 차례로 교황에게 전달됐다. 교황도 꽃동네 가족들에게 ‘예수의 탄생’을 형상화한 모자이크화를 선물했다.
정성이 가득한 선물과 공연에 감동한 교황은 희망의집 안에 모인 모두를 일일이 축복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27년 전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요한도, 구걸한 돈을 꽃동네에 기부해 알코올중독자요양원의 초석을 세운 시각장애인 홍 도비아도 교황의 축복을 받았다. 식물인간 상태로 20년 넘게 병상 생활을 하고 있는 오미현씨는 교황으로부터 이마에 키스를 받고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천사의집’ 아기들을 축복하던 교황은 손가락을 빨고 있던 아기에게 자신의 손을 물려줘, 영상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전 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꽃동네 가족들과 교황은 함께 성모송을 바친 뒤, 두 손 가득 하트를 만들며 서로에게 사랑을 전했다. 78세의 나이에 한국을 찾아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교황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초인의 힘을 발휘한 만남이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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