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5~17일 대전과 당진, 음성, 서산 등을 방문해 충청도민을 만났다. 특유의 소탈함과 격식 없는 태도로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는 그는 충청도에서도 연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교황은 17일 아시아 각국의 주교들을 면담하고 가톨릭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와 해미읍성을 방문했다. 이날 행사장은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교황의 모습을 보려는 신자와 시민들로 성황을 이뤘다.
교황은 소형차를 타고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며 오전 10시55분께 해미순교성지에 도착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완섭 서산시장의 영접을 받은 뒤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및 오찬을 위해 성지 내 성당으로 들어섰다.
신자들과 시민들은 비를 맞으며 교황이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해미면 시가지에 나와 '프란치스코 교황님,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와 교황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내걸고 환영 분위기를 살렸다.
추기경과 주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는 가운데 해미순교성지 성당에 입장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대에 올라 성체를 모셔둔 감실에 조배한 뒤 자리를 잡았다. 행사장은 단상 중앙의 교황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이자 인도 뭄바이 대주교인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 왼쪽에는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82명의 아시아 추기경과 주교, 몬시뇰, 아빠스, 신부 등이 참석했다.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을 끝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시 18분께 오찬장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며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경기장은 교황을 환영하는 5만여명의 신자들로 가득 찼다. 교황은 애초 헬기를 타고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KTX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는 10여분 간 소형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했고, 신자들은 바로 눈 앞에서 교황을 영접하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
미사는 경건하게 진행됐다. 이 날은 성모승천 대축일로 천주교에서는 의무 축일이다. 이날 교황과 신자들은 가톨릭교회, 세계 평화, 정치인,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민족의 화해와 일치 등 5가지의 주제로 기도를 바쳤다. 미사에 앞서 진행된 문화행사에서는 대전 소년소녀합창단, 천주교 대전교구 성가대, 가수 인순이, 소프라노 조수미 등이 공연을 펼쳤다.
교황은 이어 세종시에 위치한 대전가톨릭대에서 젊은이들과 오찬을 한 뒤, 당진 솔뫼성지를 방문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를 찾아 기도하고,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한 6500여명의 청년들을 만났다. 현직 교황이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청년과의 대화에서 캄보디아, 홍콩,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청년들에게 질문을 받고 영어로 답변했다.
다음날인 16일 음성 꽃동네를 찾은 교황은 △희망의집 △태아동산 △사랑의연수원 △사랑의 영성원 등 네 곳을 돌아봤다. 이날 꽃동네는 3만1000여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이른 새벽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바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 교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오후 4시 10분. 교황이 헬기에서 내리자 꽃동네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교황은 오픈카를 타고 이동했다. 이동경로에 설치된 펜스 사이의 간격은 애초 5m로 예정됐으나, 더 가까운 곳에서 신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교황의 요청에 의해 좁혀졌다. 교황은 강행군 속에서도 지친 내색 없이 밝은 미소로 신자들을 맞았고, 아기들의 이마에 입 맞추며 축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장 먼저 희망의집에 도착한 그는 장애인들과 만났다. 장봉훈 천주교 청주교구장은 환영사를 통해 “청주교구는 교구 설립 초기부터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며 “오늘 교황 성하의 음성 꽃동네 방문을 계기로 청주교구는 교황님이 바라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태아동산으로 향해 성 황석두 루카 선교회 소속 이구원 선교사 등과 침묵으로 ‘생명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사랑의연수원에서는 한국 천주교 수도자 4300여명이 교황을 맞이한 가운데 교황의 연설이 있었다. 남녀 수도자 대표로 황석모 수사신부(한국 천주교 순교복자 성직수도회)와 이광옥 수녀(예수성심시녀회)가 환영인사를 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묵주기도와 주 1회 단식을 하며 교황을 기다려왔다. 묵주기도 370여만단과 단식 11만8408회가 새겨진 전통부채와 단식으로 모은 불우이웃돕기 기금이 전달됐다. 이어 교황은 사랑의 영성원으로 이동해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지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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