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기간 중 3일을 충청도에서 보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는 곳마다 영혼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충청도민을 크게 감동시켰다.
17일에는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에서 있었던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주교들에게 이탈리아어로 연설했다.
그는 "이곳은 순교자의 성지로, 이름 없이 자신의 믿음을 위해 순교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가 순교했는데 그들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존경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성자와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 국가의 모든 이익을 위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해미읍성에서 진행된 ‘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에서는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시는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며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는 가운데 하느님을 경배하고 사랑하는 하나인 교회를 일으켜 세우며 올 한 해를 보내라”고 당부했다.
그는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딸로서, 여러분들은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고 말했다.
앞서 15일에는 당진 솔뫼성지를 찾아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 650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이라며 “주님은 순교자들의 영웅적인 증언을 통해 당신 영광을 비추셨던 것처럼, 여러분의 삶에서 당신의 영광이 빛나게 하시고, 또 여러분을 통하여 아시아 대륙에 생명의 빛을 밝히기를 원하고 계신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힘을 믿을 것 △날마다 기도 안에서 주님과 가까이 지낼 것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가 그리스도의 힘으로 인도되게 할 것 등 3가지를 삶의 원칙으로 삼기를 당부했다.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청년과의 대화에서 캄보디아, 홍콩,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청년들에게 질문을 받고 영어로 답변했다.
이어 16일 음성 꽃동네 사랑의연수원에서 한국 수도자 4400여명과 만남을 갖고 “하느님께 사랑받는다는 굳건한 확신이 여러분 성소의 중심에 있다”며 “우리의 증거가 기쁨에 찬 것이어야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날 “‘제 몸과 마음 스러질지라도, 하느님은 제 마음의 반석, 영원히 제 몫이옵니다(시편 73. 26)’라고 한 시편 말씀은 우리 삶을 생각하게 해 준다”며 “기쁨이란 삶의 모든 순간에, 특히 커다란 어려움이 있을 때 똑같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쁨은 한줄기 빛으로라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이는 끝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개인적인 확신에서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청빈의 의무를 져버리는 수도자들을 경계하고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순전히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며 “봉헌 생활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소중한 선물임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매우 겸손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교황은 사랑의연수원에 모인 한국 수도자들을 비롯, 음성 꽃동네를 찾은 신자 3만1000여명과 함께 성무일도를 올릴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무산돼 아쉬움을 낳기도 했다. 교황은 애초 성무일도의 시작 부분과 강복을 한국어로 할 예정이었다. 사랑의연수원의 수도자들은 강행군에 지친 교황이 강복을 한국어로 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스페인어 기도를 연습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이 장애인들과 만남을 가진 ‘희망의집’에서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한 시간 가까이 머무르게 되며 헬기 출발 시간이 임박하자 부득이하게 성무일도를 생략하게 된 것이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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