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에 신곡 ‘쟁이쟁이’로 돌아온 가수 김연자


“노래만 하면 주위에서 ‘다 해주겠지’란 마음으로 살아왔으니 비겁할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몰랐어요. 40주년을 맞아 앞으로는 솔선수범해서 제 인생을 설계해 나가려고요. 똑똑한 여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엔카의 여왕’ 김연자(55)가 서초구 잠원동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 같은 의지를 밝혔다.
그는 “10대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해 어느 나라에서도 신인 같은 기분이었다”며 “지금도 40주년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상상외로 40년 노래했다는 걸 높이 평가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40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월 8일 신곡 ‘쟁이쟁이’를 발표한다. 지난해 발표한 ‘아모르 파티’가 작곡가 윤일상과 손잡고 음악적인 변화를 꾀했다면 “녹음을 마친 ‘쟁이쟁이’는 76살 내 어머니도 부를 수 있는 트로트 곡”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009년 20여 년 만에 한국 활동을 재개한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한 지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그는 “마치 20여 년 세월이 없었던 것처럼 날 기억해준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감사했다”며 “지금도 짬짬이 공연을 하고 있는데 많은 분이 오셔서 즐겁게 받아들여 주신다. 내가 활동했을 때보다 요즘 가요계에는 트로트 가수가 콘서트도 많이 하고 젊은 가수들이 왕성하게 활동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고국에 복귀하면서 김연자의 불행한 개인사가 알려지기도 했다. 1982년 23살에 18살 연상 밴드 악단장 출신 재일교포와 결혼한 그는 매니저였던 남편으로부터 수익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2년 전 이혼했다”는 그는 “남편에게 쉬는 날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행복한 비명이라고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며 “일본에서 의지할 곳은 남편뿐이었다. 남편이니까 ‘내 장래 설계도 해주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개런티가 얼마인지 물어본 적도 없고 은행에 가본 적도 없이 믿고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봤더니 내 앞으로 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여자로서 20~30대는 어디 가든 김연자로 통하니 자신만만했지만 40~50대는 명예로 살아야 하니 재산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죠. 앞이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하소연할 데도 없었어요. 물론 일본 생활 동안 제 히트곡과 팬들이 재산인 건 분명하지만 갈 길이 막막했죠.”
그는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져 한국으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생각을 말하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이유가 돈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국 팬들과 가족 옆에서 노래하고 싶어서 왔다”며 “진작에 한국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시댁이 일본이고 내가 하던 걸 마지막까지 하는 성격이어서 지금 시기와 맞물렸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달게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해명할 수가 없다. 늦게나마 내 길을 찾은 게 다행이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원조 한류 가수로서 성공적인 활동을 펼친 데 대한 뿌듯함도 엿보였다.
그는 “일본에서는 김연자 하면 엔카부터 발라드까지 여러 노래를 소화하는 가수로 인정받았다”며 “공연을 할 때면 꼭 한복을 입었고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한국 노래를 빼놓지 않고 불렀다.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한국 문화가 널리 알려져 내가 어깨에 힘을 들이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K팝은 굉장한데, 만약 엔카에 도전하는 후배가 있다면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며 “각오한 후배가 있다면 길을 안내하고 싶다. 그러나 추천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2001년과 2002년 북한에서 공연한 그는 “처음에 북한에 갔을 때 뵌 분들이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가서 효도 공연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2년 전 기획사를 설립해 직접 경영한다는 그는 40주년을 기점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의욕적인 활동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취미 생활이 없을 정도로 노래로 인생을 다 보냈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할 것이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내 인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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