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대전에서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황은 이날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한다"고 기원했다.
또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치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빈다"고 전제한 뒤 정치·사회적 참여가 그리스도인의 의무라는 점을 설명했다.
교황은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교황의 강론은 비단 그리스도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물질과 권력에 함몰돼 인간의 존엄성이 외면되는 한국사회의 세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인 셈이다.
정치권과 경제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사회적 책무를 중시, 한국사회의 발전과 성장과 화합과 공존을 이끌어가는 동질적 사고와 공동체적 의식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물질과 권력이 사회적 가치의 중심인 양 변질되고, 이기주의와 분열이 무한경쟁 구도 속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현상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이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가진 자와 힘있는 자들이 나눔과 베풂과 상생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함으로써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가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강조한 배경도, 성별이나 연령에 따른 차별과 구분을 없애고 그에 따른 이 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모두가 힘써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가 말한 가난과 궁핍을 물질적인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정신적 가치의 궁핍과, 주관적 입장에 매몰된 소통과 이해와 화합의 궁핍이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열과 대립과 혼돈으로 만드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이나,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외면한 채 물질적 부를 축적하는 데 혈안인 경제계, 사회적 대변자를 자처하면서 이념과 가치적 편견에 파묻혀 오히려 사회적 분열과 갈등만 증폭시키는 수많은 사회단체,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공감대는 뒤로 한 채 자신의 주관적 관점과 입장만 내세우는 것을 사회적 정의로 호도하는 수많은 집단과 개인에게 던지는 인식 전환의 화두다.
교황의 방문이 그저 한 종교 지도자의 이벤트성 방문에 국한되지 않고, 또 한 종교의 종교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의 화합과 변화를 촉발하는 누룩이 되기 위해선 그리스도인을 비롯해 한국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사회적 책무와 헌신의 가치, 소통과 화합의 실천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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