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부국장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명량대첩을 재구성한 영화 ‘명량’이 관객 1400만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다.
요즘 두 세 사람만 모이면 명량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등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 돌풍을 넘어 사회현상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순신이 고장 아산 현충사를 찾는 관람객이 폭증하고 순천향대의 이순신 연구소에 특강 요청이 쇄도하는 등 ‘이순신 열풍’이 거세다.
이순신 연구소는 최근 신한은행과 행복도시건설청을 대상으로 ‘이순신 리더십’ 특강을 하는 등 오는 10월까지 각 관공서와 기업체의 특강 일정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고 한다.
여름휴가 끝자락에 아이들과 함께 청주 복대동의 한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학창시절 주입식 교육으로 수 없이 듣고 배웠던 유명한 역사 이야기라서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바다를 버리고 육지의 권율에게 합류하라는 선조의 명령에 ‘소신에겐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 있다’며 330척의 왜군을 상대로 맞서 싸워 끝내 이긴 전설의 바다싸움 이야기.
역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이 줄거리의 영화가 이처럼 대박을 터뜨린 이유가 궁금하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군국주의화에 성난 우리의 민심을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역사 속에서 오늘을 배우려는 우리 시대의 절박함이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정신으로 매사에 온몸을 던져 목숨을 걸고 싸우면 이길 수 있는 교훈을 줬다.
이순신은 ‘죽고자하는 자는 살고 살고자하는 자는 죽는다’는 각오아래 전함 12척으로 330여척이 넘는 일본수군과 싸울 각오를 다졌다.
대부분 싸워보지도 않고 기가 질려 도망을 갈 궁리만 찾았을 것인데 이순신장군은 절망에서 기적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애를 썼다.
이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백성들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군인의 정신으로 적을 물리쳐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것이다.
세월호 비극 등 잇따른 사건사고와 지도층의 통솔력 부재로 한국사회에 위기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이 영화를 통해 충무공의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들이 느꼈던 ‘참담함’을 심리적으로 치유할 수 있었다.
‘돈벌이에 급급한 해운선사, 돈을 받고 무리한 증축을 승인한 선박감독, 승객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도망쳤던 선장 등이 수학여행을 떠났던 고등학생들을 비롯해 300명 넘은 소중한 인명들을 희생시켰다.
그런데 영화 명량은 질 수밖에 없는 전력으로 막강한 일본수군을 섬멸하는데 앞장섰던 이순신 장군과 조선수군의 희생정신과 충성심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었던가를 잊고 있었음을 일깨웠다.
특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백성과 나라를 살려낸 이순신 장군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군율을 어긴 자는 가차 없이 목을 베면서도,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구하는데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애타게 그리고 있다.
영화 속의 이순신 장군은 “독버섯처럼 퍼진 두려움이 문제다.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정치적 실망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삶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두려움에 지친 나머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줄 진정한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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