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하지만 살다보니 인사를 통해서 일을 잘되게 하기(萬事) 보다는 그릇되게 하기(亡事)도 제법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사례는 정부의 경우도 그렇고 사기업체에서도 발생한다. 그 이유와 관련해서는 인사권자의 자의성 즉 ‘내 권한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는 의식이 가장 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사의 중요성이나 인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다.
 정부와 달리 사기업체에서 본인이 회사를 설립하여 소유권을 가지고 있거나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을 경우 이러한 인사 횡포에 대해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사기업체의 경우 조직의 문화와 특성 그리고 운영권자의 인사관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 선거를 통해서 집행부의 책임자가 된 경우 이러한 인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제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우선적으로 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공무원단체가 있는 경우 부당한 인사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때론 언론에서 이슈화하여 여론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공공기관의 인사권자는 사기업체의 인사권자에 비해서 자의적인 인사의 폭이 제한된다고 할 수 있다.
 국무총리나 장관 및 일부 권력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다. 하지만 2000년 인사청문회제도가 시행된 이래 15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추천된 인사와 관련하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제없이 통과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 원인은 주로 청문회제도의 미비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추천된 인사 때문이었다.
 추천된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들의 기대와 ‘그런 인사밖에 없느냐’ 혹은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라는 여야의 상반된 입장이 혼재되어 있어 매번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인사청문회가 열린다고 하면 여당은 ‘추천된 당사자를 어떻게 자랑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방어할까’ 또는 ‘어느 선까지 지켜줘야 하나’에 골몰하게 되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사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보다는 ‘이번에는 어떤 문제성 있는 인사가 추천되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청문회에 주목하고 그 결과에 실망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하나는 인사권자가 달라진 국민들의 지도자상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정권하에서는 대통령이 국민들을 졸로 보고 막 대해도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지 못했다. 더구나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법과 제도도 없었기 때문에 인사도 ‘엿장수 맘대로’라는 식이 통하였다. 하지만 국민의 권익보장과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정보통신체계가 활성화된 오늘날 과거와 같은 방식의 인사는 국민들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은 예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다른 하나는 추천된 인사들도 국민들의 달라진 눈높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살아온 궤적을 능력있는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국민들의 표본이 되면 말할 것도 없지만 떳떳하지 못한 방식을 염치없이 인정해달고 할 때 국민들은 가차 없이 거친 소리를 쏟아낸다. 시대가 변했고 지도층에 대한 기대는 더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바담 풍’ 해도 지도자들은 ‘바람 풍’이라고 제대로 말하기를 국민들은 원한다. 아니 일부에서는 나도 ‘바람 풍’이라고 하는데 왜 지도자들이 ‘바담 풍’이라고 하는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사권자는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자기혁신적인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인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리고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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