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하루 하루 고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영적 충만과 에너지를 부여하셨다. 특히 교황은 낮은 자세로 겸양과 사랑의 삶을 실천하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파하셨다. 필자는 종교를 떠나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높은 지위에 있는 그의 청빈과 소탈한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번 교황방문에 북한 인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고 아르헨티나식 경제관이 묻어있다고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모 신문의 김순덕 칼럼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의 영리병원 허용, 금융규제 완화 같은 경제정책은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는 교황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좌파매체들은 지금 난리다. ‘고삐 풀린 시장경제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라는 교황 말씀에 딱 들어맞는다는 거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조국에서 교황은 해방신학을 내놓고 지지하진 않았지만 가난한 이에 대한 착취를 비판하며 청빈을 실천했다”면서 “미워하면서 닮게 된 건지 페론주의의 영향을 받아 국가 역할을 중시하고 엘리트 공격 같은 포퓰리즘 수법에 능하다는 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의 지적이다”라고 인용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언급하는 차별과 배제, 불평등의 천박한 자본주의의 땅이 바로 여기임을 확인하게 돼 정부로선 좋을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또 다른 신문의 김진 기자의 칼럼은 다음과 같다. “교황은 ‘소외되고 고통 받는 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그런 처지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 북한 주민 아닌가. 북한 주민은 폐쇄된 우상숭배의 나라에서 자유도 인권도 없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산다. 종교라도 있다면 위안을 받건만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한국인에게는 더욱 비극적인 게 그들이 동포라는 사실이다. 그런 한국 땅을 밟았는데 교황은 왜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는가. 북한 정권은 두려워하고, 주민은 힘을 얻으며, 세계인은 주목하는, 그런 ‘하나님의 정의’를 왜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교황방문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한국 방문은 정신적 치유가 소중했고 평화가 우선인 상황에서 그들의 외침은 상쇄됐다. 
이번 교황의 한국방문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충청도와의 인연이라 볼 수 있다. 음성,대전,서산 등을 방문하며 충청도 사랑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사실이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은 5만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들에게 평화, 축복,정의의 길을 밝히셨다는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성 꽃동네에 방문하여 장애우 어린 아이들을 어루 만지며 기쁨을 주신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의 입속에 교황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준 장면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했다. 장애우 아이들이 준비한 율동과 노래에 감동받은 교황은 무슨 생각을 하셨겠는가.  버려진 장애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은 교황과 꽃동네의 사제들을 보며 국민들도  소외 받는 내 이웃들에게 한번쯤 관심과 지원을 해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차를 멈추고 아기들을 축복했으며, 무릎 꿇고 자신을 맞는 신부와 수녀들을 일으켜 세우는 등의 모습은 공감하는 리더로서, 아름다운 권위 그 자체다. 세속에 물들고 권력과 야합하고 금권주의의 상징이 돼버린 한국종교에게 성찰할 시간을 주게 만든다. 교황은 또한 충남 서산시에 있는 해미읍을 방문했다. 해미읍성과 해미순교성지를 방문하여 평화의 기도를 올린 것이다.  이번 해미읍성 방문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서산시는 해미성지를 관광산업단지로 조성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즉, 역사적인 교황방문의 해미성지를  칠레 산티아고 순례길 마냥  표지판과 스탬프를 설치하고 도로 시설물들을 보완하고 개발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한다. 또한 세계문화유산등록 등으로 전 세계에 알린다니 이것이야말로 충청도의 축복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되찾고,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복음이 주는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고통과 허무를 겪는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는 말씀을 전하셨다.
이번 한국방문에 교황은 갈등을 해소하고  겸손과 화해와 소통을 그리고 정신적 승화를 위해 기쁨의 에너지를 기름부으라는 메시지를 온 국민들에게 주셨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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