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 교수, 권오성 청주 지앤지 보석 대표, 박미경 성악가

▲ 청주에서 매달 하우스콘서트를 열고 있는 여성 3인. 왼쪽부터 박미경 성악가, 김향숙 충북대 교수, 권오성 지앤지 보석 대표.

60대 교수, 40대의 보석 디자이너와 성악가. 공통분모는 단지 음악을 사랑하는 여성이라는 것 뿐. 나이에서나 직업에서나 쉽게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이들 셋이 일을 냈다.

청주의 여성들이 매달 하우스콘서트를 열고 있어 화제다. 이들이 공연을 주최한 지 벌써 1년 남짓. 충북 공연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 3인을 만났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향숙 충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권오성 청주 지앤지 보석 대표, 박미경 성악가.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매달 넷째주 목요일마다 ‘청주 하우스 콘서트(http://chongjuhc.tistory.com)’라는 이름으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하우스 콘서트란 음악감독 박창수씨의 집에서 처음 시작된 살롱음악회로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을 말한다. 그동안 충북문화관과 청주 개신동의 카페 가배시광에서 공연을 했으며, 28일부터는 충북문화예술인회관 따비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유명 작곡가 딸(신지수씨)을 둔 김 교수와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박씨, 1년 간 독일에 거주하며 살롱음악회에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던 권씨가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 7월 12일 충북문화관에서 ‘원데이 페스티벌’을 열면서부터였다. 전국 65개의 공연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진행된 이 행사에서, 이들은 현악 4중주단인 '벨루스 콰르텟'의 공연을 기획해 선보였다.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된 이날의 감흥은 ‘청주 하우스 콘서트’의 도화선이 됐다. 자연스럽게 다음 공연을 구상하게 됐고, 지난해 9월부터 ‘청주 하우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첫 공연을 열었다. 좋은 연주자와 관객을 만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생각이 얼핏 무모해 보이는 시작이었다.

관람료는 단돈 1만원(어린이·청소년은 5000원).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가고자 저렴하게 책정했다. 공연을 치르고 나면 매달 적자다. 후원업체도 없다보니 관람료 수익만으로는 연주자들의 출연료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박미경씨는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있다고 하면 주변의 음악인들이 더 놀라고 걱정하곤 한다”며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사비를 털어가며 공연을 여는 이유는 청주의 문화 발전을 위한 하나의 재능기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적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좋은 취지에 흔쾌히 섭외를 수락하는 연주자들이 많다. 50만원을 내고 평생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평생회원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 현재 평생회원은 12명이다.

김향숙 교수는 “무료 공연은 지양한다. 문화 향유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초대하는 연주자와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의 호흡이 잘 맞을 때, 하우스콘서트도 꾸준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우스 콘서트는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를 발굴하고, 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청주 출신 연주자들도 이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 소개된다. 8월 공연 무대에 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민정씨는 청주 출신으로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 28일 오후 7시 30분 충북문화예술인회관 따비홀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클래식을 어렵게 느끼는 관객들을 위해 해설도 곁들인다.

관객과 연주자가 1~2m 거리에서 어우러지다보니 관객들은 연주자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보고, 긴장된 호흡까지 느낄 수 있다. 마치 집에서 여는 연주회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 공연 후에는 연주자와 관객이 와인과 다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대공연장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짜릿한 경험에 감동받은 관객들은 하우스 콘서트의 마니아층을 두텁게 만들어 가고 있다. 첫 회부터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오는 이들도 여럿. 작곡가를 꿈꾸는 중학생이 공연장을 찾기도, 5살짜리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오기도 했다. 입소문 덕분에 첫 회 40여명에 불과하던 관객은 최근 70~80명까지 늘었다.

권오성씨는 “한 관객은 한부모 6명을 초청해 이들의 관람료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이들이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힘을 준 것”이라며 “음악회 티켓을 선물하는 이런 문화가 계속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여름 중 3~4일간 매일 공연이 펼쳐지는 ‘썸머 뮤직 페스티벌’을 열고자 한다. 장르도 정통 클래식 뿐 아니라 퓨전음악, 국악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객과 연주자가 유대감을 형성하고, 함께 호흡하며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열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합니다. 더 많은 관객과 음악을 향유하고, 청주 하우스 콘서트가 청주의 문화 아이콘,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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