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힐링토크 힐링상 -백장미(요양보호사)

▲ 백장미씨


안녕하세요? 매일 데이트하는 여자, 백장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양원은 65세 이상 어르신들 중 노인성 질환, 주로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고생하시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계시는 곳입니다. 저는 이런 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일 한 지 9년째 됐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전에는 그냥 사니까 사는 건가보다 하고 살았는데 어르신들을 보면서 제가 늦게서야 어른이 됐습니다. 정말 인생이라는 게, 삶이라는 게 이렇게 허무한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요양보호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저처럼 잘하려고 노력하며 애쓰는 요양보호사가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웃음치료, 실버놀이, 레크레이션 자격증까지 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고, 민요와 그림도 배웠습니다.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과 더 즐겁게 지내고 싶어서 말이죠. 덕분에 어르신들에게 많은 기쁨과 웃음을 드리고 있고, 저 역시 굉장히 행복합니다.
저도 나이가 있어서, 많은 걸 배우기는 했지만 다 기억을 못해요. 막상 어르신들 앞에서 해보려면 생각이 안 나는거에요. 그러면 막 망가지는거에요. 한 번 해볼까요?
“(춤을 추며) 작년에 왔던 각설이,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요양사가 돼 왔네. 어르신 얘기를 들어봤지.”
어르신들은 가사가 틀려도 좋아하십니다. 그러면 저도 흥이 겨워 신나게 춤을 추죠.
이렇게 즐거운 것도 잠깐이고요. 여기저기서 사고가 터져요. 치매 어르신이 실수를 하는 거에요. 그런데 치매 어르신들은 고집이 굉장히 세요. 기저귀를 잘 안 차려고 하시는 거에요. 아무도 못 이겨요. 대통령이 오셔도 못 이길껄요. 그런데 저는 어르신들의 기를 딱 꺾을 수 있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죠. “어르신, 사랑혀. 한번만 안아줘. 데이트 좀 하자고”라고 하면서 설득을 합니다. 기저귀라고 말하면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데이트 하는 거라고 하면서 기저귀를 채워 드립니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아유. 진작 얘기하지”하며 순순히 제 말에 따라 주십니다. “어르신 감사해요. 고마워요”하며 매일 데이트 하듯 지내다 보면 오히려 어르신들께서 “내가 뭘 했다고 고마워. 한 것도 없구먼” 하시죠. 이런 어르신과의 데이트로 늘 고맙고 감사하며 많은 것을 느끼며 사는 것이 저의 일과입니다. 이렇게 해서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느 날 밖에 나갔는데 울타리에 함박 핀 장미꽃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는거에요. 저렇게 아름다운 꽃도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겠지. 가슴이 잠깐 아려왔어요. 갑자기 저 장미가 질 것을 생각하니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르신들게 마지막 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슬퍼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저 꽃을 가지고 어르신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드릴까 하는 생각을 했죠. 장미 하트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주무시러 간 뒤에 깜짝이벤트를 해 드리려고 장미꽃을 땄어요. 장미를 잔뜩 따다 거실에 쏟아 놓고 5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큰 장미 하트를 만들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몇십배나 어르신들과 직원들이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저는 어르신들을 앉혀 놓고 사진을 찍어 보호자분들에게 보내드렸어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며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자신감이 넘쳐 다음에는 무엇으로 즐거움을 드릴까 요즘은 매일매일 숙제가 있어 더 행복합니다. 때로는 각설이 흉내도 내고, 못하는 연기지만 동화도 실감나게 읽어 드리면 재미있다고 손뼉을 치며 활짝 웃으십니다.
제 나이 60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하려고 하는 열정만 있다면 저처럼 매일 데이트하면 살 수 있고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시간이 더 지날수록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합니다.
저는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지만 배짱 하나만큼은 있어요. 지금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어르신들을 최선을 다해 모시고 최고의 요양보호사가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이런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
<정리/조아라, 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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