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윤씨 첫 음반 ‘약속해줘요’ 발매
20세때 가수 데뷔 집안 반대로 무산
“단 한 명을 위한 노래라도 감동 주고파”

 

어릴 적, 사람들이 말하곤 한다.

저 아이는 커서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고, 저 아이는 커서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그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이라는 꿈을 꾸며 성장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하지만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리도 간절한 꿈은 늘 가슴 속 저 켠에 소망으로 꿈틀거릴 뿐, 현실은 늘 꿈이 고프기만 하다.

학창시절,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지휘까지 맡을 만큼 노래를 좋아했던 송지윤(46·사진·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도 그러하다.

스무 살, “참 노래를 잘하네. 커서 유명한 가수가 되겠구나”하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가 마침내 그 꿈을 가슴 속에서 끄집어내려 했다.

가수 이은하씨와 친분이 있었던 기타학원 원장의 소개로 이씨에게 발탁돼 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정식 가수로 데뷔할 생각에 설레기만 했다.

그러나 완고한 부모님은 곱게 키운 딸아이가 ‘딴따라’가 되는 걸 허락지 않았다.

공부나 더 하라며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다.

하릴없는 타국 생활에 꿈은 시나브로 가슴 깊이 묻혀버렸다.

학업을 마친 뒤 사업을 벌여 정신없이 살던 그녀는 운명처럼 국제회계사로 일하던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아홉 살과 다섯 살짜리 남매를 둔 평범한 주부가 됐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 묻어뒀던 가수의 꿈이 꿈틀댄다.

끝내 버릴 수 없는 꿈이기에.

지난해 주변의 권유로 창작곡 ‘비애’를 들고 박달가요제에 참가하면서 이제라도 꿈을 이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마흔 여섯, 꿈을 묻어둔지 26년만에 그토록 간절히 소망해왔던 가수의 꿈을 이뤘다.

‘약속해줘요’. 눈을 감고 들으면 혜은이와 최진희가 듀엣으로 부르는 것 같다는 그녀의 목소리로 부른 그의 첫 음반 타이틀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엄마가 한창 필요한 때인데 내 꿈을 이뤄보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았죠.”

그럼에도 26년간 포기하지 못한 꿈을 끝내 버릴 수 없었다.

어디에서든, 누구 앞에서든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가슴 속에서 터져나오는 열정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노래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감동과 전율을 전해주고 싶었다.

스스로 노래를 통해 삶의 희열과 감동과 전율을 느꼈던 것처럼.

“무대 위에 서는 것만으로 한없이 설레고 기쁩니다. 그것이 어느 무대이든, 관객이 단 한 명이라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이제 가수가 된 그녀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충북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리라는.

거리에서든, 시골장터에서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찾아가 노래를 부르며 늘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고향의 가수’가 되고 싶단다.

절로 흥이 넘쳐나면서도 애잔한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트로트재즈를 대중화하고픈 것도 가수로서 그녀의 꿈이다.

‘꿈을 품고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는 괴테의 말처럼, 그녀는 품어왔던 꿈을 애절한 노래가락에 담았다.

모든 사람들도 꿈을 통해 기적을 이루길 소망하며.

<글·김동진/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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