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영동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일본 중부 시가현 북동부에 위치한 인구 6만명의 소도시 나가하마가 있다. 1988년과 2001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에서 실시한 ‘매력적인 마을은 어디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일본 전역에서 당당히 1위로 선정된 도시다. 여기서 매력적인 마을이란 역사와 전통이 두드러진 시가지, 문화와 예술이 풍부한 시가지, 경관이 매력있는 시가지를 가르킨다.
나가하마는 일찍이 지역 고유의 주민 커뮤니티와 문화, 전통산업을 육성하여 도시의 매력을 형성해 왔다. 풍요로운 자연과 토양, 물의 혜택으로 산업이 발전하였고 지역자원을 성장시켜 왔다. 그러다 1980년에 들어 도시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당시 중심상점가가 있는 쿠로카베 사거리는 한 시간에 ‘사람 네명과 개 한 마리의 통행’이라 불릴 정도로 쇠퇴하였다.
이러한 도심쇠퇴 속에서 중심상점가의 활성화가 도시 전체의 매력창출에 필요하다는 마을만들기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다. 1979년 도심 한복판에 있던 큰 상점이 교외로 이주하겠다는 신청이 나타나면서 이 출점에 대해 마을전체가 죽어버린다며 맹렬한 반대운동이 일어난다. 동시에 역사와 문화을 복합화하여 마을의 매력을 창출하기 위한 기존 시가지 상점가 활성화 대책이 나타난다. 1982년 도시활성화 방책의 실마리로 네가지가 제안된다. 공장유치를 통한 고용창출, 호텔유치를 통한 통과형 지역에서 체재형 지역으로의 변신, 민간투자를 쉽게 한 도시기반정비대책으로 도로와 공공하수도의 설치, 상업집적을 통한 기존 중심시가지 상점가의 활성화 대책이 그것이다.
주민이 참가하는 마을만들기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1983년 나가하마성의 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독지가의 기부를 출발로 시민들의 동참기부가 이어지면서 성의 재건과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박물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1984년 박물관도시 구상이 책정된다. 전통을 살려 아름답게 산다. 선인의 정열과 예지를 배워 진취적인 기상을 계승한다는 기치 하에 개성과 매력이 있는 마을을 지향하게 된다.
지속적인 마을만들기 사업을 전개하게 되나 시에는 돈이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복원형 재생방식의 경관형성과 마을만들기를 선택한다. 적은 비용으로 손을 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가자. 점의 개발에서 시작해 선으로, 그리고 면(面)적 정비로 나가자는 구상이다.
가로정비사업으로 전개한 사업은 큰길에 나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매년 1개소씩 포켓공원을 만들어 간다. 매력있는 점포를 만들기 위해 점포를 꾸미는 것을 지원한다. 통일성있는 가로경관을 위해 전통적인 가로경관을 도입한다. 매년 상업자와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를 편성하여 전국 어딘가의 독특한 시가지를 찾아 우수한 사례를 배우고 오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와 마을만들기에 대한 이해가 쿠로카베를 대표하는 역동적인 민간투자로 이어진다.
1988년 쿠로카베 주식회사가 탄생한다. 국제성, 역사성, 문화예술성을 개념으로 유리공예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다채로운 점포가 모여 유리의 마을 쿠로카베 스퀘어를 형성한다. 이러한 상상력이 풍부한 사업전개는 상승효과를 낳고 제로에 가까웠던 방문객수는 이제 연간 220만명으로 도시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이렇게 하여 단일기능에서 복합기능을 가진 도시매력을 창출해 온 것이다.
그러나 나가하마는 이러한 기세가 계속될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중심시가지 거주인구의 감소와 고령자 비율의 상승, 지역 젊은 여성의 중심시가지 이탈, 대규모 상업 집적개발에 의한 도시간 경쟁 격화, 대기업의 공장이전은 그러한 요인이다. 앞으로 지방도시가 살아 남으려면 도시와 지방전체를 생각하는 시책을 요구하고 있다. 구심력있는 중심시가지의 재생, 다양한 계층이 꿈을 갖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들은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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