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식에 손을 댄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영역에 대한 절대평가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교육현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외고의 인기가 떨어지고 자율형사립고와 과학고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폐지를 추진 중인 자사고의 경우 학과목 운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 수험생 입장에선 입시준비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의 섣부른 정책이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수능 영어를 지금 같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명분으로 내세운 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영어에서는 사교육 감소효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 수능 영어는 상대평가 체제로 1등급(상위 4%)을 가리기 위해 고난도 문제를 제시해 왔다. 과도하게 난이도가 높은 한두 문제를 풀기 위해 학생들이 지나치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일정 수준을 넘어선 학생들 간 점수 차가 사라져 추가로 사교육비를 지출할 필요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영어 한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해서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점수 1점으로 대학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만큼 경쟁이 치열한 수능에서 영어의 변별력이 떨어질 경우 수하고가 탐구과목의 경쟁이 높아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변별력을 상실하면 국어와 수학 그리고 탐구 영역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수능을 중심으로 한 대입체제를 그대로 둔 채 영어만 절대평가로 바꾸면 국어와 수학에 대한 학습 부담이 늘어나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대학 입장에서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영어논술이나 영어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시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수학에 흥미가 없어 문과를 택한 학생의 경우 입시 관문을 통과하기가 훨씬 불리해졌다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문·이과 모두 대입 당락에 수학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재능과 적성, 선택의 다양성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학부모들의 비정상적일 정도로 뜨거운 교육열은 수능 한 과목을 조정해서 해결될 정도로 간단하지가 않다.
교육부가 일그러진 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선 교사와 학부모 등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를 폭넓게 듣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과와 문과의 특성에 맞춘 수능 과목과 배점의 차별화, 고교 교과 내용 및 범위의 적정성, 고교 교육과 연계된 수능 평가방식 등을 두루 연구·검토해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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