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동(청주시 상당구청장)

“어떻게 하면 청렴하고 밝은, 어진 관리를 많이 얻어 고을마다 내보낼 수 있겠는가…” 정조이산어록을 읽다보면 이처럼 임금이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백성이 입는 피해 중 탐욕과 부정에 의한 것이 가장 심하다. 왕위에 오른 후 탐욕을 징계하는 정사에 있어 조금도 너그러이 용서하지 않았는데도 부정한 아전과 수령이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이는 한 세상의 풍습이 나라의 법을 안중에 두지 않고 사사로움에 구애되어 보고받는 대로 조사하여 벌주지 않은 소치로 인한 것이다. 염찰(廉察)의 방도는 어사에게 달려 있는데, 근래 어사들이 염찰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주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청렴하고 밝은, 어진 관리를 많이 얻어 고을마다 내보낼 수 있겠는가”하고 임금은 관리의 탐욕과 부정을 경계하고,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출범한 민선6기의 시정방침 중에 하나도 ‘시민중심 청렴행정’이다.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나 지방자치단체장, 모두가 한결 같이 나라와 내 고장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것 같다.  
상당구는 시민중심의 청렴행정을 실천하고 청렴 일등 상당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청렴시책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청렴행정을 위해 공직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전 직원이 청렴 및 친절봉사를 결의했다. 구청 현관에는 청렴나무를 심어 각 부서별로 열매를 가꾸고 있는데 각 팀별로 정한 청렴의 다짐이 밑거름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열매가 풍성해지고 있다.
민원실 입구에는 커다란 청렴포스터를 부착해 놓았고, 민원실에는 ‘청렴한 당신이 아름다운 청주시의 얼굴입니다’라는 내용의 청렴 배너기를 설치해 놓았다.
우리 공직자들이 민원인의 모습과 함께 보여 지는 청렴문구를 통해 좀 더 청렴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섰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민원대에는 민원 안내 전화번호가 적힌 청렴명함을 비치해 놓았고, 공직 내부 공무원 간에도 알선과 청탁은 안 된다는 청렴만화 홍보전단도 비치해 상당구청의 청렴 실천의지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역시 신뢰(信賴)라는 뜻이다.
여기에 공자의 제자였던 자공이 공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하고 묻는 대목이 나오는데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대답했다.
이처럼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믿음과 의리가 없으면 개인이나 국가가 존립하기 어려우므로 신의를 지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사고로 벌어지고 있는 국민분열과 혼란을 보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청주시의 시정목표인 ‘일등경제 으뜸청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청렴이 경제와 함께 양 수레바퀴처럼 잘 달려주어야 한다.
“청렴한 소리가 사방에 퍼져서 좋은 소문이 날로 빛나면 이것 역시 인생 최고의 영광이다”라는 목민심서의 한 구절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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