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서 임원··· 드라마 같은 삶

▲ 스템코(주) 오부영 이사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저는 가난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못하며 절망적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더군요. 목표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니 어느덧 목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주경야독, 전기분야 최고 ‘전기응용기술사’ 획득
멈추지 않는 열정은 동종업계 롤 모델

 오부영(52) 스템코(주) 이사는 1991년 개봉한 ‘맨발에서 벤츠까지’란 영화 속 주인공의 삶과 흡사하다. 지독한 가난으로 가고 싶은 학교에 가지 못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이사)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1963년 서울에서 4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오 이사는 그 시절 대부분의 집들이 그러했듯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고 중2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난과의 처절한 싸움은 더해만 갔다.   영등포공고시절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림대학 졸업 후 군에 입대한다. 군복무 중 우연한 기회에 일반사병을 대상으로 실시된 기능사병경진대회에 출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기능사병 인증서를 받으면서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하게 된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오 이사는 제대 후 주경야독으로 기술자격 공부에 매진해 산업안전과 전기, 소방 3개 분야에서 거둔 자격증만 10개에 이른다.  일하면서 준비한 전기기술 자격증은 첫 단계인 전기기능사부터 전기산업기사와 전기기사, 전기기능장을 거쳐 지난달 22일 전기분야 최고 기술자격인 전기응용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 자격을 얻는 데에만 3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일반인들에게는 낮선 이 기술사자격증은 전기기술 분야에선 입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취득이 가능한 최고의 영예다.   

오 이사는 마치 영화처럼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낸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이다.
1987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9년간 근무하던 중 1996년 회사가 일본 토레이사와 합작해 스템코(주)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스템코의 창업멤버로 새 출발을 한다. 대리로 입사한 그는 특유의 책임감과 애사심,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3월 이사로 전격 승진됐다. 입사한지 18년만의 일이다.

“임원이 된 후 어깨가 무겁고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습니다.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 준 회사와 후배 직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말단 직원이 1700억원의 연매출과 650명이 근무하는 큰 회사의 이사가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창산단은 물론 동종 업계에서도 이슈가 되며 사내 직원들 사이에선 롤-모델이자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지난 2011년 충북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전기공학)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쯤 박사과정에 도전한다고 한다. 고교 때 처음 접한 전기공학을 박사과정까지 이어가는 셈이다.

그의 이러한 열정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지독한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병약한 형제들을 대신해 집안의 가장역할을 해야 했던 무거운 중압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그의 열정에 불을 지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큰 딸 아이가 심한 아토피로 힘들어 할 때도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선 흐느끼는 아이 얼굴이 아른거렸지요. 하지만 아버지로서 한 번 목표한 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는 그의 ‘맨발의 투혼’은 오늘도 계속된다. 가족은 보육교사인 부인 정수경(50)씨와 2녀. <조석준>


◇스템코(주)는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외국인투자지역에 자리한 스템코(주)는 1995년 3월 전자부품기업인 삼성전기와 화학기술기업인 일본 토로이(TORAY)와 합작해 설립한 한·일 합작기업이다.
 평판 디스플레이 제품의 핵심부품인 LCD, PDP, OLED 구동용 IC 패키징 필름인 TAB필름, COF필름, BGA필름을 생산하는 고집적 회로 필름 전문기업이다.
 스템코는 Flexible Pattern Tape 제작기술을 국내 최초로 양산화했고 독자적인 개발 및 생산체제를 구축해 LCD 제품의 핵심부품인 TAB Film을 국산화해 안정적으로 국내 업계에 공급하며 한국 LCD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환경친화기업이기도한 스템코는 세계 최고의 초슬림 기판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대만과 일본 수출을 통해 연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산업포장과 대통령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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