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달 27일 교육부는 수능 영어영역 시험을 기존의 상대평가 체제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혔다. 교육부 장관은 사교육 시장의 과열과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영어에 대한 투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영어 학자나 전문가로서 영어 구사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동시에 피력하였다. 현행 수능 영어는 수준별로 나눈 후 전체 응시인원을 상대평가하여 성적에 따른 등급을 나누고 있다. 수능 영어과목 절대 평가에 대한 논의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어서 지난 4월 15일 한국교육개발원 주최 공개토론회에서도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하고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여 학생들 사이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당시 토론회에서는 상대 평가에 의한 현행 수능 영어 평가에 있어서 등급 구분의 공정성과 영어교과목의 특성상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추정 기관 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20조원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식적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금액까지 합할 경우 30조원 대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기는 하지만 이중 영어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기준 전체 사교육 시장의 대략 1/3선인 6.5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금번 수능 영어영역 시험의 절대 평가 전환이 영어 공부에 대한 대입 수험생들의 부담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초·중학생의 영어 사교육비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일부 입시전문가들은 수능이 상대평가 체제인 상황에서 특정 과목만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하여 사교육비 전체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였다. 즉, 영어에서 변별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변별력을 기대할 수 있는 수학을 비롯한 타 교과의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입시가 대학교육에 우선할 수 없고 대학은 입시보다는 대학에서의 교육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교육부의 이번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은 환영할만한 정책이라고 여긴다. 이는 국내 모든 대학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시행중이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교육 주체들 간에도 이견이 분명한 영어 강의 열풍에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근본 취지인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달성하고 입시 위주의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능 전체에 걸친 절대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특징이 수요자의 요구 보다는 수요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위협 마케팅이라고 했을 때 사교육 공급자들이 영어가 아닌 또 다른 교과목이나 다른 형태의 시험에 대비한 사교육 시장을 창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을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고교 교육 정상화로 돌려야 한다. 흔히 교육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미국이나 EU국가들에서 훌륭한 대입 제도 운영으로 인해 해당 국가들의 수준 높은 고등교육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대학 입시는 분명 대학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학생들을 가려내는 것이 그 근본 취지이지 우리나라처럼 대학 서열에 따라 학생을 줄세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국내 대학의 상당수는 대학을 평가할 수 있는 국·내외 전문 기관의 평가를 주기적으로 받아오고 있고 공개된 결과에 따라 대학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평가기관이든 해외 평가기관이든 대학 평가 시에 대학 입학생들의 수학능력을 개량화에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학 교육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신입생을 어떻게 줄세워서 평가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이 건전한 민주시민의 양성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학은 학생들로 하여금 여기에 덧붙여 전문적인 학문적 소양과 응용 능력을 가지도록 교육해야 한다. 수능에서의 작은 점수 차이가 대학의 수준이나 대학에서의 교과목 이수 여부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면 수능은 그 본연의 기능인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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