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아 아빠니까"


‘아빠 육아’가 대세다. 최근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TV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얻고, ‘프랜디’, ‘슈퍼대디’ 등 신조어를 낳으며, 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워킹맘, 비정규직의 증가, 남성들의 인식 전환도 자연스럽게 남성들을 육아로 끌어들이고 있다. 아빠와 애착 관계 형성이 잘될수록 아이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두뇌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아이 키우는 즐거움 느끼고픈 아빠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는 전업주부 아빠들도 비율도 늘고 있다. 육아와 집안일 뿐 아니라 인근의 전업주부 엄마들과 어울려 아이 키우는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4살짜리 딸을 둔 신효섭(41·대전)씨는 전업 주부 중에서도 거의 ‘레전드’급이다. 신씨는 텃밭을 일궈 가꾼 유기농 야채를 아이에게 먹이고, 평상시 찍어 놓은 아이의 사진들로 매년 포토북을 만들어 준다.
육아휴직을 내거나 주말마다 전담해 아이를 돌보기도 한다. 회사원 이영우(37·청주)씨는 아내가 출근하는 일요일마다 5살짜리 딸 아이와 단 둘이 지낸다. 평일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목욕시키는 것은 이씨의 몫이다.
이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에게만 있으려고 했는데 하루 종일 둘만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며 “처음에는 혼자 아이를 돌보는 것이 수월치 않았지만 이제는 은근히 딸 아이와 데이트할 수 있는 일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신청 남성 공무원 증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공무원은 지난 2009년 512명(2.4%)에서 2013년 1798명(4.3%)으로 늘었다.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남성 육아휴직은 지난 2001년 처음 국내에 도입됐다.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가 재직 중인 회사 입사 후 1년 이상이 된 근로자라면 직종과 무관하게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남성들이 남성 중심적인 사내문화, 인사고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육아 휴직을 쓰는 남성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팽배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최근 실시한 '2014년도 4차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는 육아 휴직을 쓰는 남성에 대해 '휴직 급여 액수가 적은데 어떻게 먹고 사는지 걱정된다', 21.1%는 '복직 시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아빠 육아 도와주는 책·제품 출시
아빠 육아를 돕기 위해 아빠가 쓴 육아서들도 잇따라 발간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 24’ 육아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씨가 펴낸 육아서 ‘하루 10분, 육아를 생각하다’, 대한민국 대표 독서영재 푸름이 아빠 최희수씨와 엄마 신영일씨가 펴낸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 등이 올라 있다. 최근 출시된 구은희 오름교육연구소장의 ‘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는 공교육 전도사인 그가 그동안 강연을 통해 전파한 아빠 교육법을 집대성한 책. ‘내 아이를 위한 아빠의 3분 육아’는 바쁜 아빠를 위해 하루 3분만으로도 충분한 육아법을 소개한다.
육아 시장도 서서히 아이를 돌보는 남성을 겨냥하고 있는 추세다. 유아용품 전문기업들이 남성 육아의 분위기를 빠르게 상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기띠 전문 업체 베이비뵨 코리아는 지난달 ‘2014 스타일리쉬 스칸디대디 거리행사’를 가졌다. 최근 출시한 신제품은 아기띠를 이용해 아이를 안는 아빠들을 위해 남성들이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했다. 포노피노의 프리미엄 기저귀 가방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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