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불문' 봉합시도 불구, 원내대표 사퇴론 되레 가열

새정치민주연합은 14일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당내 압박 고조로 '리더십 실종'의 혼돈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130석 제1야당이 박영선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길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다. 새정치연합의 '집안 싸움'이 장기화하면 정기국회 정상화도 요원할 전망이다.

이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직 분리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원내대표직까지 내놔라'고 주장하는 다수 의원들이 그룹별로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공론화할 태세다.

지난 12일 박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 언급을 자제하자는 중진들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격앙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 15일께 열릴 예정인 의원총회가 박영선체제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상당수는 이날 3선 의원 모임,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재선 위주로 구성된 '더 좋은 미래' 등 그룹별로 모여 박 원내대표 거취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그룹별 모임과 별개로 일부 의원들이 일종의 사발통문을 돌려 계파, 선수에 관계없이 박 원내대표 거취를 상의하는 긴급 회의까지 개최됐다.

이들 모임에서 공통적으로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은 물론 원내대표직까지 내놓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평련 회장인 최규성 의원은 "(박 원내대표) 본인이 사퇴하는 게 가장 좋은데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박 원내대표 사퇴 투표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요구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중진들 합의에도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안다"며 "오늘 그룹별로 이 문제에 관한 의견수렴이 진행돼 내일쯤 집단적 의견이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박 원내대표의 거취 언급 자제를 합의했다는 12일 중진 회동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뒷말도 나와 사퇴론에 더욱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있다.

한 참석자 측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거취 언급을 자제한다는 합의까지는 안 된 것으로 안다"면서 "중진들의 불신이 정말 심하다"고 전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당을 위해서 원내대표직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니까 다른 사람들이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고 밝혀 '거취 언급 자제'에 적극 합의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 거취 문제가 차기 당권을 겨냥한 계파별 이기주의와 맞물려 지나치게 증폭된 것이라는 주장도 중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비대위원장이 내년 초 전당대회 룰을 정하고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차기 당 대표 배출, 나아가 다음 총선 공천권 행사를 노리는 각 계파의 이해에 따라 과도한 '박영선 흔들기'로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선의 김영환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비대위원장 임명 논란과 관련, "모든 행위에 앞서 정파적 이해가 있다. 의원들이 정파의 파도타기를 계속하는 사이 지지율은 하락하고, 당은 표류했다"며 "우선 먼저 할 일은 야당이 국회로, 민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의총을 열어 결정하자"라고 주장했다.

장외투쟁 반대 성명을 주도한 황주홍 의원도 블로그를 통해 "이런 우리의 모습들을 보고 국민들은 뭐라고 할 것이며,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며 "박영선 원내대표만 식물지도부가 되는 게 아니라 우리 당 자신마저 식물정당, 뇌사정당이 돼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하면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비대위원장도 계속 공석이 되는 '지도부 공백사태'가 벌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신중론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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