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자 강순희씨 인터뷰

“세상에 책이 정말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 사장되고 말죠. 가슴으로 읽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고요.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제 글을 읽고 애정을 가져주신 심사위원 분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문학회 활동도 많이 하지 않고 그저 우동집에 숨어 있는 여자일 뿐인데 그런 저와 제 글, ‘벽오동 아줌마’를 끄집어 들춰내 주셨다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9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자 강순희(58·사진)씨. 그는 우동을 파는 소설가다. 아니 우동 뿐 아니라 기쁨도, 행복도, 슬픔도, 눈물도 함께 판다. 충주 연수동에서 ‘행복한 우동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료 삼아 글을 쓰고, 우동을 뽑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작가는 그의 막연한 꿈이었다. 남편과 결혼하며 충주로 와 문향회 활동을 하고, 몇몇 여성 문인들과 함께 단편소설집 ‘달래강’을 발간하며 차곡차곡 꿈을 키워갔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잘 나가는 남편 덕에 ‘사모님’ 소리를 듣던 시절이었다.

평화신문 평화문학상 공모에서 수상하고, 1997년 문예사조에 ‘이발사는 가위로 가지치기를 한다’로 등단하며 막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하려던 찰나, IMF외환위기가 닥치며 남편의 사업이 하루아침에 망했다. 엉겁결에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고, 살아내기만도 벅찬 비루하고 궁핍한 마음에는 도무지 글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글은 끈덕지게 그의 치맛단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밤낮으로 우동을 뽑으며, 짬이 날 때마다 식당 한 구석에서 글을 썼다. 식당을 드나들던 문인들이 식당 벽이며 천장에 붙여주던 글을 쓴 쪽지들도 그의 창작열을 북돋워줬다.

강씨는 “이전에는 정말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었는데 모두 환상이고 사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내 마음이 아픈 것만 아픈 것 같았는데, 이곳에 나와 더 슬픈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그들의 못생겼지만 진실 된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내 이야기만 소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도 다 소설이요, 수필이요, 시였다. 우동가게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픔과 상처도 치유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행복한 우동가게(2002)’다. 그때까지 무명으로 있던 가게도 책 제목을 따라 이름을 갖게 됐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듯 그는 어느새 소설집을 세 권이나 엮어 낸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

당선작 ‘딸을 찾습니다’ 역시 ‘행복한 우동가게’를 무대로 한다. 화자인 ‘벽오동 아줌마’는 실제로 가게에서 주방일을 맡았던 실존 인물이다. 강씨는 “날마다 한솥밥을 먹고 같이 일하는 식당 아줌마들은 피와 땀과 눈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정말 거짓 없고 진실하다는 것을 알고 애정을 느껴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저자는 ‘벽오동 아줌마’를 통해 비록 거칠고 꾸미지 않은 투박한 방식의 사랑이지만 진심으로 자식을 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어둠을 몰아내고(상처를 극복하고) 기어이 햇살(밝은 미래)을 향해 가는 두 모녀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당선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멋모르고 좋았어요. 그런데 작품을 꺼내 다시 읽다보니 지금도 제 가슴이 살아있는 그 언니가 느껴져 눈물이 났어요. 제가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고 해도 “너 왜 말도 없이 내 얘기를 썼냐?”고 따지고 물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 착하고 모르는 사람이에요. 다시 만나 손 잡아 보고, 같이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싶어요.”

등장인물도, 배경도 모두 실제인 이 글은 중편소설이라기 보다는 수필에 가까워 보인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여자’의 이름도 강순희. 외모에 대한 묘사도 흡사한 것이 누가봐도 영락없다. 그러나 강씨는 짐짓 “얼핏 보면 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아니게 썼다”며 시치미를 뚝 뗀다.

“앞으로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사람의 마음에 와 닿는 글, 아프고 힘들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 선 글, 겉멋이 빠진 진실한 글을 쓰고 싶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읽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식당 아줌마일 뿐인 제게 이런 꿈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아요?”

<조아라>

 약력
△1957년 전남 강진 출생.
△1996년 평화신문 평화문학상 가작 수상.
△1997년 문예사조로 등단.
△소설집 ‘행복한 우동가게 1,2’, ‘백합향기’ 발간.
△문향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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