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 등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온 야당에 대해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으며,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며 정치권의 이런 발언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국회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야당이 정략적인 '대통령 흔들기'를 통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취해선 안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설 의원은 지난 12일 10여명의 여야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문제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해 "51%의 대통령이 아니라 49%도 아우르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박 대통령도 귀를 갖고 들어야 한다"고 정국이 꽉 막혀있는 책임을 청와대에 돌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세간의 루머를 거론했다. 그는 "대통령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해 새누리당으로부터 대통령을 어떻게든 흠집만 낼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것이 정치권의 막말파문이다. 가까이는 지난달 말 새정치연합 홍익표 의원이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가정사 논란과 관련해 정부 여당을 '패륜집단'이라고 막말을 퍼부은 그는 지난해 7월 민주당 원내대변인 당시에도 박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라는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했다. 장하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국가의 원수'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야 정치권이 새 모습과 새 출발을 다짐할 때마다 막말 추방이 앞자리에 거론되는 것도 정치를 보는 국민의 시각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올해 초 여야 대표의 신년회견도 '막말없는 정치'에 방점이 찍혔었고, 보다 못한 소장파들의 막말방지 결의문 채택도 있었지만 막말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야 정치인들의 막말이 단순히 윤리나 품격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과 언어가 정서와 사고체계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보면 상대방에 대한 막말은 뿌리 깊은 분노의 정서, 적대감의 표출이다. 그런 정서와 시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정치활동이 제대로 된 여야관계와 입법 활동으로 이어질리 만무하다. 한국 정치의 끝없는 추락을 보는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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