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하고 나서 장기파행 중인 정기국회가 정상화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의장은 이날 개최된 국회 운영위에도 야당이 불참,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자 의사일정 단독결정이라는 '충격요법'을 동원했다.

17일부터 상임위 활동을 시작으로 본회의(9월26일, 10월31일), 교섭단체대표연설(9월29~30일), 국정감사(10월1~20일),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10월 22일), 대정부질문(10월 23~28일) 등 남은 정기국회 시간표를 국회법에 따른 직권으로 짠 것이다.

이수원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장은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 속에서 산적한 민생현안을 눈앞에 두고 국회를 계속 공전시키는 것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으로 보아 의사일정을 최종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직권결정에 화답해 의사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야당의 대응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을 모두 9월 말 이후로 잡은 것도 새정치연합이 내부 문제를 수습하는 대로 의사일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의장의 고뇌에 찬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의사일정에 맞춰 민생경제, 규제개혁 법안을 조속히 심의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꼼꼼히 챙겨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국회의장의 직권결정에 대해 반발하면서 적어도 당분간은 야당이 불참하는 '반쪽 정기국회'가 전개되는 등 파행정국이 더 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세월호특별법과 전체 의사일정을 여전히 연계하고 있고,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여 '앞가림'을 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여당이 단독으로 정기국회를 가동해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각 상임위에 계류된 주요 민생·경제법안 통과에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국정감사, 대정부질문 등도 모두 김빠진 '여당만의 잔치'에 그칠 공산이 크며, 당연히 부실 논란도 뒤따를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의사일정이 아예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 의장과 새누리당은 26일 본회의까지 야당의 불참이 계속되면 본회의에 계류 중인 90여개 법안에 대해서는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도 세월호특별법과의 연계를 고수하고 있지만 끝까지 의사일정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국민공감위원장의 거취 등 지도부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의사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감사는 사실상 야당의 대정부 견제를 위한 수단이고, 내년도 예산안도 올해부터 11월30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상정되는 등 국회 장기파행 부담으로부터 야당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 단독 국회든 야당이 뒤늦게 의사일정에 참여하든 '부실 정기국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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