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 1주기… 유고집 ‘나의 딸의 딸’ 나와

“우리 집 현관은 내 신발과 아내의 신발만이 놓여 있던 비좁은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다혜의 꼬까신이 놓이고 어느 날 도단이의 운동화가 그 곁에 놓였다. 아이들의 신발 문수가 점점 더 커지더니 어느 날엔가 우리 집에 새로운 신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위 민석이의 것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엔가 나의 딸이 낳은 정원이가 가족의 뉴 페이스로 등장했다. 정원이의 신발은 그야말로 ‘꽃신’이었다.”(326쪽)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소설가 고(故) 최인호(사진)(1945~2013)가 마지막까지 기쁨으로 써내려간 글은 손녀 사랑에 관한 글이었다.
그는 작고하기 4년 전에 책 제목까지 지어놓았다. 책 제목은 ‘나의 딸의 딸’.
손녀와 가족에 대한 작가의 애틋했던 사랑을 담은 유고집 ‘나의 딸의 딸’이 작가의 1주기를 앞두고 나왔다. 책을 펴낸 여백출판사는 “이 책에 담긴 사랑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보다 뜻깊게 전달할 수 있는 길이라는 작은 믿음”에서 이 책을 작가의 1주기에 맞춰 출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딸 다혜와 외손녀이자 다혜의 딸인 정원이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애틋함이 책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픈 딸을 들쳐 업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신혼여행을 떠난 딸의 빈방에 앉아 눈물짓는 ‘아버지 최인호’와 손녀 앞에서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추는 ‘할아버지 최인호’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잠든 아이의 배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나는 내 손이 약손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내 손이야말로 더럽고 타락한 손이지 어찌 약손이겠는가. 그러나 나는 수십 번 딸아이의 배를 쓸어내렸다. 내 손은 약손. 내 손은 약손……”(36쪽)
작가는 “우리들의 가족이야말로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최고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고백한다.
작가가 손녀를 위해 손수 만든 보물쪽지, 그림, 편지도 책에 실었다. 특히 악필로 유명한 작가가 어린 손녀를 위해 또박또박한 글씨로 정성껏 쓴 편지가 눈길을 끈다. 화가인 딸 다혜 씨는 작가가 생전에 좋아했던 자신의 그림들로 책을 꾸몄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