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개원조차 하지 못하는 대전 서구의원들이 세 번째 의정비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두 달간의 줄다리기 끝에 의장을 선출하며 파행을 벗어나는 듯했으나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대립이 재연되면서 3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라는 게 서구의회의 현 주소이자 민낯이다.

대전 서구의회는 17일 214회 임시회 제9차 본회의를 열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10명이 등원을 거부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등원을 거부하는 이유는 상임위 배정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선된 새누리당 소속 박양주 의장이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10명 중 5명을 경제복지위원회에 배치한 것이 발단이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하루라도 빨리 원 구성을 하기 위해 직권으로 배정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상임위 재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 불신임안 제출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상임위 배정이지만, 서구의회 안팎에서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양당의 다툼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4개 상임위 중 3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려는 작전이고, 새정치연합은 2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려고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의원들이 자리다툼으로 본연의 업무인 의정 활동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지만, 또다시 월급날이 돌아오고 있다.

의원들은 매달 20일 의정활동비(의정자료수집·연구 및 보조활동비) 110만원과 월정수당 227만5830원 등 1인당 337만5830원을 받는데, 이번 달은 휴일이라 하루 앞당겨 19일 받는다.

의원들은 지난 7월과 8월에도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1인당 337만원씩 675만원을 챙겼다.

그러나 지난 7월 의원 임기 시작 이후 이날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안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전체 서구의원이 20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동안 의정 활동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의정활동비' 조로 2억원이 넘는 세금을 타가는 낯두꺼운 행태를 보이는 셈이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서구의원들이 자리싸움에만 혈안이 돼 주민은 뒷전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의정 활동은 외면한 채 의정비를 챙기는 뻔뻔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고 비판했다.<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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