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충북대 교수)

 

  우리 사회에는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순박하고 온순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생각을 너무 거침없이 표현하여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들이 쏟아내는 막말과 욕설은 확실한 근거가 없는 것도 많은 듯하다. 일부 사람들은 막말과 욕설을 들으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어 비난 대신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그 박수는 막말을 부추겨 악순환 된다.

   얼굴이 공개되지 않는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말로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죄 없는 관련자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막말과 욕설을 하는 행동이 부끄럽다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개선장군이나 된 듯 기세등등하기 까지 하니 기고만장이다. 정치인과 고급관료들의 무책임한 막말은 교묘하게 악용되기도 하고,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다. 누가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말을 잘 하는가 내기라도 하는 양,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이려 든다. 그들도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분명 고운 말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도록 교육받았을 터인데, 순화된 말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을 만큼 자신이 부족함을 자인하는 것인가?

    인간은 개인의 내면적 특성과 외형적 특성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각자에 대한 자기개념이 있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개념과 일관되게 행동함으로써 자기 존중감을 유지하게 되고 사회화 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로부터 공유된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을 학습하며 자기개념을 발전시킬 수 있다. 성인들의 잘못된 행동이 학습되어 청소년들의 자기 존중감을 낮추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의와 합리적인 논리 대신 거칠고 험악한 억지 말로써 상대방의 폐부를 찌르고 자신의 목적을 성공시키는 사람을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일순간의 쾌락을 맛보며 막말과 욕설을 사용한 사람들이 금방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할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 막말에 동조의 응답 대신 따끔한 힐책과 냉정한 무반응이 필요하다.

    사회학자 Cooly는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주위사람이라고 하였다. Cooly는 면경적 자기(looking glass self)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주위 사람을 거울로 삼고 그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봄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파악한다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자기개념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며 살아 긴다. 자기 존중감(self-esteem)은 개인이 자신에 대해 가지는 가치의 판단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좋은 평가를 내릴 때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하고 자기존중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자기존중감이 높으면 자기만족감을 높여주고 타인과의 경쟁능력, 자신의 환경에 대한 통제력도 높아진다.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을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무의식 중에 그 행동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막말과 욕설을 벌하는 것은 평범한 다수의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찾는 길이다.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그려진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깨닫고 사회적 규범에서 정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말이다.

 
    자기 개념은 자신의 개인적 감정과 신념으로 형성된 사적 자기(私的 自己)와 타인들에게 자신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도록 행동하고 표현하는 공적 자기(公的 自己)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타인이 자신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미리 예측하고 행동하게 된다. 최근 여기저기서 막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막말과 욕설로 혼탁해진 사회적 상황은 매우 심각해 보인다. 단순한 논란과 무관심으로 제제하기에는 도를 넘은 듯하다. 우리는 타인과의 의사소통과 인간관계를 통해 사회적 행동의 기준을 배운다. Mead라는 사람은 주체적 자기(I)와 객체적 자기(Me)를 통해 충동적이거나 창조적인 사고나 행동과 사회적 제제 간에 균형을 이루며 행동함으로써 자기를 실현해 나간다고 하였다. 비교적 충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적 자기를 사회적 규범과 집단적 가치가 제공하는 사회적 양심에 따라 조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논란의 중심에서 두 편으로 갈라져 무조건 상대를 비난하고 궁색한 변명으로 자기를 옹호하는 것이 자신을 존중하는 것일까?  진정한 사회적 지지와 갈채를 받는, 진실로 자기존중감이 높은 사람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를 지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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