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막한 69차 유엔총회에서는 북한인권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4일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고위급 회의도 예정돼 있다.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미국, 프랑스, 호주는 지난 7월 안보리에 북한 인권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지난 2005년 이후 유엔총회가 매년 통과시켜온 북한인권결의안은 COI 보고서를 계기로 깊어진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해 올해에는 한층 더 강화된 내용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심상치 않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적극 대응에 나섰다. 북한에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한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오는 27일 연설에서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없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자체적으로 발표한 장문의 ‘인권보고서’에서 “세계의 모든 나라에 똑같이 맞는 인권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인민이 좋아하면 그것이 곧 공정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또 인권보호의 필수적 조건이 국가의 자주권이라면서 핵무기가 자주권을 지켜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즉, 핵무기가 주민의 인권을 보호해준다는 얘기다.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도 이런 식의 논리를 편다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북한은 인권의 정의부터 밝힐 필요가 있다. 애당초 북한의 인권에 대한 기본 개념이 국제사회와 크게 다르다면 인권을 놓고 외부세계와 대화를 할 수 없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보편적인 인권 개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은 인권문제가 없다는 혼자만의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COI 등 국제 인권기구들이 북한 내 인권상황을 자유롭게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와 대책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무관심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북한의 인권 범죄를 나중에라도 단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조치를 촉구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정작 국내에서는 북한인권법조차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서울에 설치하는 문제도 질질 끌 이유가 없으며, 하루속히 결정돼야 한다.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기록전시관’을 설립, 운영하기로 한 것이 늦었지만 다행이다. 동족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누구보다도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할 우리가 이처럼 이 문제를 방기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인권유린으로 고통받는 동족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은 북한인권법을 신속히 제정하는 등 지금이라도 북한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서둘러 가시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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