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박물관, 생활유물 다량 수습

▲ 목곽고

웅진 도읍기 백제시대 왕성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공주 공산성에서 원래 상태를 잘 유지한 백제시대 대형 목곽고(木槨庫)가 확인됐다. 그 안에서는 복숭아씨, 박씨와 같은 식생활 자료를 비롯해 저울용 석제 추, 나무망치 등 생활용품이 다수 수습됐다.

또 저수시설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과 옻칠이 된 말 갑옷인 마갑(馬甲), 말 얼굴 부분을 감싸는 도구인 철제 마면주(馬面胄), 말방울인 마탁(馬鐸), 쇠칼, 화살촉, 철모(鐵牟·창)가 말안장 뒤쪽에 세워 기를 꽂고자 사용한 깃대꽂이와 함께 발견됐다.

공주대박물관(관장 이남석)은 공산성에 대한 올해 제7차 발굴조사 결과 성안마을이 있던 곳에서 백제시대 완전한 형태를 갖춘 대형 목곽고를 확인하는 한편 백제 멸망기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다량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이 목곽고는 건물터가 몰린 지역 북단에서 드러났다. 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인 목곽고는 너비 20~30㎝ 안팎인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얽어 만들었다.

이남석 관장은 "바닥면에서 벽체 상부까지 부식되지 않고 만들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았다"면서 "내부에서 기와 조각이 다수 출토된 점 등으로 미루어 목곽 상부에는 별도의 지붕 구조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런 백제시대 목곽고가 대전 월평동산성, 부여 사비도성 등지에서 확인된 적은 있지만 상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목조 건축물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당시의 목재 가공 기술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백제시대 건물 복원과 연구 등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곽고 용도에 대해 조사단은 저장시설 또는 우물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 벽면에 오르내릴 수 있는 말목 구멍이 있고, 바깥면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점토 다짐을 한 점과 내부틈새를 점토로 메운 점으로 볼 때 저장시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물이 많이 모이는 저지대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우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가 다량 출토됐다. 더불어 석제 추와 생활용품인 칠기, 나무망치를 비롯한 공구류도 나왔다. 무게 36g인 석제 추는 원형으로 중앙에 고리가 있으며, 목재를 가공해 만든 칠기는 표면에 정교하게 옻칠을 했다. 원통형 망치는 너비 19㎝, 손잡이 길이 15.5㎝인 간단한 휴대용으로 목재를 끼울 때 주로 사용했다고 추정된다.

이처럼 목곽고는 백제 목재 가공 기술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백제시대 각종 생활문화상을 풍부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백제사의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 관장은 평가했다.

2011년 '정관 19년'(貞觀十九年·645)'이라는 글자가 적힌 옻칠 갑옷과 말갑옷이 출토된 건물지 북쪽 저수시설에서는 사람과 말에 착장한 각종 갑옷과 화살, 대도(大刀)·장식도(裝飾刀)와 같은 무기류 외에도 목제 칠기도 다양하게 더 발견됐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도 2011년과 같은 필체의 글자가 적힌 옻칠 갑옷이 확인됐다. 글자는 '參軍事'(참군사) '○作陪戎副'(작배융부) '○人二行左'(인이행좌) '近趙○'(근조○)와 같은 20여 자가 확인됐다.

저수시설 유물 중에서는 백제시대 유적에서는 처음 확인된 깃대꽂이가 주목된다. 쇠로 만든 이 깃대꽂이는 길이 약 60㎝에 S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상태다. 삼국시대 이런 깃대꽂이는 합천 옥전고분과 경기 연천 등지에서 극소수가 발견됐으며, 고구려 쌍영총과 삼실총 벽화에서 발견된다.

백제 깃대꽂이 유물로는 서산 여미리 출토 토기 문양이 있지만 실물 자료는 이번이 처음이다.

60회 백제문화제 개최에 맞춰 발굴현장은 오는 26일부터 10월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공주/류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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