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흥덕고등학교 2학년 김청용(17)이 아시아의 최대 스포츠 잔치인 인천 아시안게임 대회 초반 아시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청용은 한국 사격 사상 최연소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한국의 대회 첫 2관왕에 오르며 '차세대 주자'로 단숨에 발돋움했다. 세계 최정상급 사수들을 꺾고 이뤄낸 쾌거다. 그것도 그가 총을 잡은지 3년만에 이룬 영광이라 더욱더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고교생 신분으로 국가대표가 되는 놀라운 실력으로 대회전에도 메달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대선배' 진종오마저 넘고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청용은 체육교사의 권유로 중학교 2학년 때 사격을 접했다고 한다. 사격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하면서 사격 선수의 길로 들어섰지만, 사격선수로서의 초반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내야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아들이 총을 잡는 것에 반대했다. 태권도 선수를 했기에 운동선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끝내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버지는 "이왕 한다면 끝까지 하라"라며 아들의 선택을 받아들인 후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사격 기본기 조차 배우기 쉽지 않았다. 사격 지도법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돼 있어서다. 왼손잡이인 김청용이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당시 코치가 왼손잡이 파지법을 알아오면서 그를 가르쳤고 이후 기량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청용은 최근 2년 새 국내 고등부 대회 우승을 싹쓸이했다. 기어이 올해 6차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수많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평소 진종오를 우상으로 삼은 김청용은 대표팀 생활을 하며 세계 최정상급 사수의 격발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성장해나갔다. 사격 관계자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기대했고, 김청용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제대로 보답했다.

공기권총 단체전 시상식에서 대표팀 선배이자 우상인 진종오가 직접 태극기를 몸에 둘러주는 영광을 안은 김청용은 진종오를 이을 차세대 권총 에이스임을 널리 알렸다.

김청용은 곧 바로 청주시 가덕면 성요셉공원 아버지 묘소를 찾아 금메달을 걸어드렸다. 아들은 대표선수로 선발되면서 금메달을 따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아버지가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김청용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작은 권총으로 아시아를 '호령'한 17세 소년에게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오랫동안 사격할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 하겠다"고 굳게 다짐한 소년에게 우리는 끊임없는 성원과 응원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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