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자 진천 광혜원면 여성의용소방대장

이른 추석을 보낸 가을 들판에 고개를 숙인 벼 이삭은 겸손함의 표현인지아니면 여름 뙤약볕에서 고생한 농부들에 대한 미안함인지 묻고 싶은 계절이다. 그만큼 세상은 사물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특히 추수를 기다리는 이 가을은 넉넉함으로 인하여 바람마저 풍요롭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선택으로 그 어느 때보다 등산 인구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산은 계절마다 특유의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는다. 그 중에서도 봄, 가을은 여러모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이렇듯 건강과 행복을 위한 산행에도 분명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신을 내어 주면서도 정작 우리에게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욕심을 내려놓으라는  평범한 진리의 메시지를 보낼 뿐,

 세월호 참사 이후 단연 화두가 된 안전은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십수년을 지역 주민의 안전만을 생각하며 달려온 세월 속에는 언제나 나보다는 남을 위한 배려와 희생이 앞선 까닭이다. 그 이면에는 광혜원을 사랑하는 20여명 동료 대원들의 금쪽같은 시간 할애와 그 가족들의 협조 때문이리라. 중부고속도로 개통과 더불어 급속하게 공업화를 걷고 있는 광혜원은 사통팔달 이어지는 도로망의 확충으로 더욱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로 인해 다수의 인구 유입과 생활시설 입주는 우리에게 편리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 요소를 함께  가져다 준 것이 사실이다. 위락시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탓에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소방당국에서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하여 화재배상책임보험 조기 가입을 홍보하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이제 산불은 계절적 재난이라고 특정 짓기에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 3월과 한식ㆍ청명의 절기를 전후하여 성묘객들의 실화 등으로 집중적으로 산불이 발생했으나 여가활동이 보편화 되면서 등산객들의 실수로 인한 산불은 특정 계절에 국한되지 않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가을 산행 중 산불예방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 하겠다.
 
 이렇듯 우리가 즐겨 찾는 산은 우리 인생의 복사판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주식시장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그래프처럼 일정한 주기를 나타내는 것은 보면서 세상살이는 엇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사고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산을 오르기 전에는 등산로를 충분히 숙지하고,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음료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가을철 기승하는 말벌로부터 안전을 지키려면 향이 강한 향수나 화장품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산행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정상에 오른 성취감은 세상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힘든 산행 끝에서 마시는 한모금의 시원한 물에서 인생의 참 맛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흔히들 추억은 시간을 먹으면서 자란다고 말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14년의 이 가을, 한 줌 짬을 내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가을산이 던지는 넉넉한 메시지를 아무런 욕심 없이 받아 낼 마음 하나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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