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무료급식 봉사모임 ‘하늘가족’

▲ 함문수 회장이 면을 직접 뽑아 짜장면 무료급식 준비를 하고 있다.

 

▲ 혜능동산을 찾은 하늘가족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시설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0년 3월 상당로타리클럽 젊은 회원 15명이 결성

금융인·세무사·대학강사·음식점 대표 등 직업도 제각각

4년동안 고아원·장애인 복지시설 등 찾아 봉사활동

“보상을 구하지 않는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자기의 힘을 인류 전체에게 바치도록 요청되는 것은 단지 선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들 전부에 대한 요망이다. 이런 원칙을 준수하면 버림의 경지에 들어가 이기적인 것을 추구하는 욕망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이것이 인간과 짐승의 다른 점이다” -간디

2010년 3월 청주 상당로타리클럽의 뜻있는 젊은 회원 15명이 소외된 이웃을 하늘처럼 받들자는 뜻에서 ‘하늘가족’이란 모임 명을 정하고 봉사모임을 결성했다. 봉사단체에서 봉사모임을 만든 봉사 T/F(테스크포스)팀인 것이다.

은행 지역본부장, 세무사, 대학 강사, 음식점사장, 중학교 싸이클 코치, 꽃집사장, 유통업체 대표 등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짜장보다 진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 값진 봉사활동으로 ‘삶의 이유’ 찾아

그저 아이들이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아 수년 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하늘가족의 주축은 30~40대의 젊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가족과 여가를 즐기거나 늦잠을 자는 등 달콤한 휴식을 갖고 재충전을 한다. 때문에 모처럼 쉴 수 있는 주말을 반납하고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덧 짜장면 무료급식에 동참한지도 4년이 훌쩍 넘었네요. 한 주간 바쁜 일상 끝에 찾아오는 주말은 치명적인 유혹입니다. 처음엔 집사람과 아이들 눈치가 보였지만 이젠 눈치가 안 보여요. 가족들과 같이 봉사를 즐기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처럼 회원들은 어느새 봉사를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놀이로 즐기기 시작했다고.

 

●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행복한 짜장면

하늘가족이 만드는 짜장면은 언제나 배부르다. 짜장면 위에 이들의 사랑을 덤으로 얹어 곱빼기로 나오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춰온 회원들이지만 짜장면 봉사가 시작되면 회원들의 눈빛은 진지하다. 식재료 손질 및 짜장볶기, 면 삶기, 음식 나르기, 설거지, 잔반처리, 청소 등 각자 담당한 일에 있어 최선을 다한다. 특히, 회원들의 꾸준한 봉사활동 덕(?)에 어깨너머로 배운 이들의 조리 실력은 당장 가게를 차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능숙하다고 한다.

한 회원은 차라리 짜장면 전문점을 차려 그 수입으로 더 많은 곳에 도움을 주자는 말까지 할 정도다.

 

봉사모임 ‘하늘나라’ 회원 명단

 

△함문수(티엔 대표) △신우식(청운상회 대표) △연경환 (신한은행 제천금융센터장) △김형빈 (다사랑 충북지사장) △신철이 △이종일(프리커머스 대표) △김태록(하림털보유통 대표) △이정희(건축업) △김시백(세종종합건설 이사) △유영재(자영업) △황규열 (시골애 대표) △강영석(단국대 초빙교수) △김기석(세무사) △박성일(PSI건축설계사무소 대표) △박현석(이소플라워 대표) △김민석 (미원중 사이클부코치)

 

 

“학비없어 꿈 접는 학생들에 희망 주고싶어”

함문수 봉사모임 ‘하늘가족’ 회장

20여년간 짜장면 무료급식

14만4000그릇, 2억8800만원 지출

“제가 가난해 봐서 잘 압니다. 젊은 시절 숙식해결과 학비를 벌기위해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가난의 설움을 잊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습니다. 앞으로 소외된 이웃과 학비가 없어 꿈을 접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소외되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4년째 자비로 묵묵히 짜장면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는 ‘하늘가족’의 함문수(55·사진) 회장이다.

청주에서 12년째 중화요리집 ‘티엔’을 운영하고 있는 함 회장은 사실 짜장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력의 소유자다. 그의 서글서글한 얼굴과 푸근한 몸, 느릿한 말투는 영락없는 충청도 사람이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사람이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엘리트 공학도였던 그가 짜장면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독한 가난 때문이었다.

대학 재학시절 등록금 마련을 위해 고심하던 중 일은 힘들지만 돈을 많이 준다는 중국집 사장의 말에 두말없이 책가방 대신 철가방을 들고 배달 일을 시작했다. 당시 마땅한 거처도 구하기 힘들었던 그에겐 숙식제공을 한다는 중식당이야말로 최적의 일자리였다.

“중식 요리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큰 식당에 갔더니 군에 입대하는 기분이더군요. 주방장에게 이유 없이 참 많이도 맞았습니다. 지금도 한 쪽 머리엔 그때 생긴 흉터가 남아 있죠. 그땐 억울하고 화도 많이 났지만 유도선수의 납작한 귀가 영광의 상처이듯 저에겐 이 흉터가 제 노력의 증표로 생각됩니다.”

결국 함 사장의 인내와 노력으로 중국 정통요리를 마스터했고 서울에 중식배달전문점을 열면서 그의 선행도 시작된다. 가난과 외로움을 절실히 느꼈던 그였기에 일주일에 한 번씩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을 수소문해 식당으로 불러 밥을 먹이고 교도소와 고아원, 양로원 등을 돌며 생필품 등을 나눠줬다.

시간이 흘러 그의 가게도 차츰 안정되면서 배달전문점이 아닌 정통 중화요리집을 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알아보게 된다.

그러던 중 청주가 고향인 아내의 권유로 2002년 청주 금천동에 중화요리전문점 ‘티엔’의 문을 열게 된다. 함 사장의 정통요리와 부인의 친절한 서비스로 식당은 날이 갈수록 번창해 하루 2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2006년 지금의 용암동에 자리한 단독 건물로 가게를 옮기게 된다.

마치 그동안의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8년 사랑하던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삶의 이유를 잃은 함 사장은 큰 슬픔에 잠겼고 한동안 방황했다.

“제가 지금까지 20여 년 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던 중 유일하게 하지 못한 기간이 있습니다. 바로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슬픔을 달래는 2년간 이었지요”

짜장면을 가장 맛있게 먹고 행복해 하는 아이들이 있어 즐겁다는 함 사장은 “짜장면을 얼굴에 묻히며 맛있게 먹던 어린아이가 중·고등학생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가 20년 넘게 변변한 후원 없이 교도소와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복지시설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모여 있는 시설을 찾아 짜장면 무료급식을 하며 만든 짜장면 그릇 수는 무려 14만4000그릇, 재료값은 2억8800만원에 이른다.

한 번 나갈 때 마다 순수하게 짜장면 재료비만 30만원씩 든다고 하니 매달 120만원씩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이다 보니 재정적인 한계가 있어 더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지 못 해 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정식 봉사단체로 거듭나 좀 더 많은 이들을 돌보고 싶습니다.”

짜장면을 기다리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봉사를 거를 수 없다는 함 사장.

그가 만든 짜장면 그릇 수만큼이나 그의 행복지수도 계속 쌓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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