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 홍 청주하나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개개인이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여러 일들, 개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어려움으로 인해 겪게 되는 개인의 감정 변화들은 모두 우울감을 갖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감정의 한계점은 모두 달라 같은 상황에 처하여도 개개인의 느끼게 되는 감정의 변화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진료실에서 진료를 할 때면 많은 분들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데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물어올 때가 많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우울감은 기분의 단일 감정으로 대부분 일시적이며 심각한 자살사고가 동반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개는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정상적이며,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정상적인 감정의 변화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울증은 이와는 다르다. 우울증은 정상적인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질병이며 기분,사고,신체기능의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자살사고가 동반되기도 한다. 우울감과 우울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울증은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해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회사원의 경우 우울한 기분이 있지만 회사에 아무 문제없이 출퇴근을 하고 회사 업무수행능력이 저하되지 않으며 회사 동료들간의 인간관계에도 지장이 없을 경우에는 우울증이라기보다는 우울감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진단기준인 DSM 진단기준을 보면, 1) 하루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이 주관적인 보고나 객관적인 관찰에서 드러난다. 2) 모든 또는 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하루의 대부분 또는 거의 매일같이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을 경우 3) 의미있는 체중 감소나 체중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감소나 증가가 있을 때 4)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수면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안절부절 못하는 느낌) 6) 거의 매일의 피로나 활력상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낌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9)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등의 9가지 증상중에서 5개이상의 증상이 연속 2주기간동안 지속될때 우울증 삽화가 진단이 된다. 따라서 3-4일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우울증이 진단이 된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한데, 흔히 우울증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울증이 질병이라기보다는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의지를 굳게 하라는 다그침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우울증이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로 인한 뇌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로 이루어진 질병임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우울증으로 진단이 되었다면 적절한 치료가 동반될 경우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약물치료이외에도 햇볕을 많이 보면서 산책을 하고, 적절한 영양섭취를 하고, 음주를 삼가고, 취미생활을 갖는 것도 우울증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며칠간 우울한 감정이 든다고 해서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단정하고 낙담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하지만 증상이 2주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여러 증상들이 동반된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는 것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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