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반면교사'로 승무원, 주변 선박 등 신속 대응

▲ 30일 오전 9시 14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자 인근 어선이 현장에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독자 제공)

전남 홍도 해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110명이 탄 유람선이 좌초했으나 탑승객 전원이 구조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승무원과 승객, 주변 선박 등은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로 침착하게 대응해 최초 신고 접수 28분 만에 구조를 마쳤다.

그러나 사고 유람선은 1987년 건조돼 1994년 건조된 세월호 보다 7년이나 낡은 배로 알려졌다. 운항 허가 당시 노후 문제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암초에 '쾅'…공포에 뒤덮인 유람선

30일 오전 9시 14분께 신안군 흑산면 홍도 동쪽 110m 해상에서 신안선적 171t 유람선 홍도 바캉스호(정원355명)가 암초에 좌초됐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이 배에는 관광객 105명, 승무원 5명 등 모두 110명이 탑승했다.

경기 등 전국에서 몰려온 소규모 여행객들이 다수 탄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신고자인 이모(50)씨는 "해상 기암괴석인 만물상에 좀 더 가까이 배가 접근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멈춰 섰다"면서 "당시 충격 때문에 승객들은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10명가량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행히 부상이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당시 파도가 높게 쳐 배가 바위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순간 바위에 부딪혔다고 덧붙였다.

그는 119에 전화했다가 통화를 하지 못하고 다시 112에 전화해 신고했다.

513함, 305함, 103정 등 해경 경비함정 3척과 해군·경찰·119 헬기 5대, 유람선 3척과 어선 2척 등이 현장에 출동해 구조에 나섰다.

바캉스호는 이날 오전 7시 20분 승객을 태우고 홍도항을 출항, 해상 유람 관광에 나섰다. 매일 세 차례, 한 차례에 2시간 30분가량 홍도 인근 해역을 운항한다.

●승무원, 주변 선박, 해경·경찰 "세월호때와 달랐다"

당황한 승객들은 서로 도와가며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이씨는 전했다.

승무원은 사고 직후 선체 3층으로 승객들을 올려보내고 구명조끼 착용과 대피 등을 침착하게 안내했다고 승객들은 칭찬했다.

좌초 신고를 받은 전남지방경찰청 상황실은 해상사고 매뉴얼에 따라 곧바로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과 3자 통화를 연결했다.

목포해경 상황실은 좌초된 유람선 위치가 홍도항에서 동쪽으로 100여m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홍도출장소 등에 "인근 어선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경비함정에도 출동명령을 내렸다.

어선 10여척과 사고해역을 지나던 유람선들이 바캉스호에 탑승한 승객 105명과 승무원 5명 등 110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바캉스호를 뒤따르던 유람선 '썬플라워호'는 80여명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신고에서 탑승객 전원이 구조된 오전 9시 42분까지 걸린 시간은 28분이었다.

●세월호보다 7년 더 낡은 배

바캉스호는 1987년 7월 1일 일본에서 건조됐다. 선령이 27년이나 된다. 1994년 건조된 세월호 보다 7년이나 더 낡은 선박이다.

171t급으로 길이 37.44m, 폭 7.6m, 깊이 3.2m, 정원 355명 규모다.

면허기간은 지난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0년간이다. 면허기간이 완료되는 2023년에는 선령 37년인 채로 운항하게 되는 셈이다.

성인용 구명조끼 640벌, 어린이용 91벌, 구명환 75개, 25인승 구명 뗏목 4개를 갖추고 있다.

바캉스호는 운항 허가 당시 노후 문제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홍도 청년회원 등 주민 70여명은 목포해경에 유람선 허가를 불허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기도 했지만 5월부터 운항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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