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다"…"검경 무리한 수사" 논란일 듯

대리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병권 전 세월호가족대책위 위원장 등 세월호 유가족 3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세월호 유가족이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해 오해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조의연 영장 전담 판사는 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김 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 3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 등은 지난달 17일 0시 40분께 영등포구 여의도 거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 행인 2명과 시비가 붙어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이들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다음날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와 싸움을 말리는 선량한 시민에 대한 집단적 폭행사건"이라며 "피해자들은 전치 2∼4주의 피해를 봤고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안이 중대하다"고 영장 청구 사유를 설명했다.

또 "피의자들은 범행 일부만 인정할 뿐 CCTV 영상이나 객관적 위치에 있는 목격자의 진술로 확인되는 범행까지 일부 부인하는 등 거짓 진술을 반복한 점에 비춰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미 충분한 증거자료가 수집됐고 특정한 거주지가 있는 만큼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갈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대리기사 측 법률대리를 맡은 차기환 변호사는 "여러 명이 1명을 때린 집단구타라는 점, 국회의원과 세월호 유가족이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행동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점을 법원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유족 측 양홍석 변호사는 "법원의 신중한 판단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니까 여기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환영했다.

영장 기각으로 이날 오후 10시30분께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김 전 위원장은 "대리기사가 있는 병원에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부위원장은 "착잡한 심경"이라며 "쉬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동안 자신도 행인에게 맞았다는 주장을 펼쳐온 김 전 수석부위원장은 아직도 같은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세월호 유족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당과 갈등을 빚었던 상황이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부터 정치적 고려가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경찰은 수사 과정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전우관 영등포서 형사과장은 "법원의 판단에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긴 어렵고 그 판단을 존중한다"며 "(유가족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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