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지도 감독권 이관 수개월째 무소식
인근 세종대왕 초정 르네상스 조성사업 예산도 반영 안 돼
문체부 “긍정 검토 중”…국비지원사업 등은 말 아껴

운보 김기창 화백이 말년을 보낸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운보의 집’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충북도로 넘기겠다던 정부가 수개월째 ‘무소식’이다.

충북도가 지난 1월 말 운보의 집 활성화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으나 10개월째 아무 답변이 없다.

앞서 지난해 11월 운보의 집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운보의 집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넘겨 달라고 요청했던 도는 지난 1월 28일 운보문화재단 운영방안과 운보의 집 활성화 방안을 문체부에 제출했다.

운영방안의 골자는 지도감독권을 도에 이관하는 대신 국비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주변에 국립 어린이미술관과 국립 운보기념관을 세우고, 운보의 집을 개보수하는 데 필요한 경비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문체부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현행 ‘사무위임 규정’을 어기지 않고 지도·감독권을 지방에 이관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미 지난해 법무부 질의에서도 재단 활동영역 등의 이유를 들어 ‘문체부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운보의 집 활성화와 관련, 병행키로 했던 ‘세종대왕 초정 르네상스’ 사업도 내년 정부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도와 청주시는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 예산편성을 요청하고 있으나 예산확보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도 관계자는 “운보의 집 활성화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답변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세종대왕 르네상스 사업과 맞물려 운보의 집 활성화를 정부에 계속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5일 운보의 집 관리권을 충북도로 위임하는 방안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도·감독권 위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운보문화재단 이사회 등 문제가 해결돼야 지도·감독권 위임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재단 이사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면 충북도와 재단이 새로 충원될 이사에 지역 인사를 넣는 방안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비가 투입돼야 하는 국립 어린이 미술관이나 국립 운보기념관 등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미뤘다.

운보 김기창 화백은 1만원권 지폐에 있는 세종대왕 초상을 도안한 화가로, 운보의 집은 김 화백이 1984년 어머니의 고향인 내수읍에 내려와 타계할 때까지 노년을 보낸 곳이다. 김 화백 사후 운보문화재단이 설립됐으나 경영난 등으로 일부 시설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충북지역 시민단체들은 대책위를 구성, 정부의 지도·감독권을 충북도에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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