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평 등에 2차례 ‘허위기재’ 공문발송 지시
연구책임자에 책임전가 ‘서약서’ 종용 정황도

속보=충북도립대의 국비지원사업 취소 과정에 이 대학 총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충북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업 취소 이후 대학 측이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정황도 추가로 나타나 누구를 위한 대학이냐를 놓고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9월 29일자 3면

5일 충북도와 충북도립대 등에 따르면 충북도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의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기술인력 양성 기초트랙’ 사업이 취소된 것과 관련, 이 사업 연구책임을 맡아 국비지원을 맡게 된 이 대학 전기과 A(58) 교수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에서 국비지원 사업 취소의 직접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는 연구인력 ‘허위기재’ 공문발송을 이 대학 총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록에 ‘이 대학 총장은 사업계획서의 신규채용대상인 3명의 소속기록이 산학협력단으로 돼 있는 것을 허위기재로 판단, 산학협력단 관계자를 불러 구체적 내용을 기록 지시했으며, 이후 에기평에 공문발송을 지시했다’고 적혀있던 것이다. 이 대학 총장이 “에기평의 회신이 오지 않을 경우 산자부에 다시 질의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대학 측이 연구책임자인 A교수에게 알리지도 않고 연구인력 채용확약서 제출시한(9월 2일)을 앞두고 ‘연구인력 허위기재’를 확인하는 공문을 에기평과 산자부 등에 두 차례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이와 함께 사업수행을 위한 인력채용확약서 문제를 두고 3차례 총장과 만나려 한 A교수의 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이 연구책임자에게 사업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서약서’를 받으려 한 사실도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들이 인력채용확약서 제출시한인 지난 9월 2일 A교수에게 서약서 서명을 종용했으나 A교수는 “전례에 없는 일”이라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서약서에는 ‘사업계획서 내용을 잘못 기재한 것을 인정’할 것과 ‘사업계획서 당시 사업내용 자체에 대해 학교와 사전협의가 없었다’, ‘향후 문제 해결의 책임은 연구책임자에게 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이 사업과 관련한 문제의 책임을 모두 연구책임자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번 조사와 관련, 충북도가 ‘책임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연구책임자 조사과정에서 서약서 내용과 배경에 대한 검토가 아닌 서약서 제출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거나, 이번 사건을 대학(총장)과 연구책임자의 단순 불화·알력으로 규정하는 식의 질문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립대 문제에 소극적, 늑장대응 지적을 받은 충북도가 관리책임을 일부 희석시키려 한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A교수가 총괄책임자로 있는 충북도립대 산학협력단은 정부의 에너지 인력양성사업에 뽑히며 2018년까지 4년간 모두 12억원(국비 8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기존 광역 전력시스템으로부터 독립된 분산전원을 중심으로 한 국소적인 전력공급 시스템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전력망 지능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 기술인력 양성 프로젝트로 배출되는 인력은 전력망 지능화 사업의 기초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어 도내 안팎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대학 측이 시행기관인 에기평에 ‘연구인력 3명이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이 아닌데도 허위기재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사업훼방 논란이 일었다. 에기평은 9월 2일까지 문제의 인력에 대한 채용확약서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학은 제출을 미뤘고, 결국 지난달 16일 사업은 취소됐다. 충북도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 에기평 사업취소 결정 후 관계자를 도립대에 보내 조사에 나섰다.

<임재업·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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