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S인증 없는 지반보강용 선단 확장판 문제는

비KS제품인 지반보강용 확장파일이 아파트 등 대형 건설현장에 대량 공급되고 있어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건물의 기초자재 중 주요 기둥역할을 하는 이 확장파일은 기존 KS(한국산업규격) 제품인 PHC파일에 비해 수량이 30% 가량 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공사비용 절감과 공기단축 등을 이유로 지역 건설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동양일보 취재 결과 해당 확장파일은 KS인증을 받지 않은 비규격제품이며 정부차원의 안전성 검증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일보에서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품인 ‘지반보강용 확장파일’의 안전성이 확보돼 있지 않은 현장을 3차례에 걸쳐 집중보도한다.

1 KS인증 없는 지반보강용 선단 확장판 문제는
2 충청권 아파트 등 시공사례와 대두되는 부실논란
3 안전검증에 손 놓은 관계기관과 정부차원의 대책
<편집자>

지반 보강 전봇대형 콘크리트 기둥…건물 안전 ‘핵’
건설사들 시공비용, 공기 줄이려 수량 30% 덜 써
KS규격 벗어나 안전장담못해…강력한 조치 시급

세월호 침몰사고와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충남 아산의 7층 오피스텔 붕괴사고 등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건축물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S인증을 받지 않은 지반보강용 기초자재가 대형 건축물 현장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현행법 위반은 물론 안전성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4층 이상의 건물 건축시 안정적인 지반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고강도콘크리트(PHC)파일을
건물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지반이 위치한 깊이까지 설치해야 한다.
콘크리트 전봇대처럼 생긴 15m길이의 이 PHC파일은 상단부(캡)와 하단부(슈)를 연결하는 나선상의 강선에 콘크리트를 양생시켜 만드는 지반보강용 기초자재다. 건축물의 하중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초를 세우기 전 땅속 깊이 박아 건물의 지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건물이 지진 등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부는 KS의 엄격한 품질관리 하에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제품만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제조업체들은 PHC파일의 헤드부분에 도넛 모양의 확장파일을 붙여 안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파일수량도 30~40% 줄여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건축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KS인증제품인 PHC파일에 선단확장판을 부착한 이 제품이 KS인증제품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선단확장판 부착 파일이 특허품인양 홍보하는가 하면 재질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을 대량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잇다.
이에 따라 PHC파일 제조업체들은 최근 이같은 비규격제품인 선단확장판을 부착한 파일을 생산 판매하거나 건설현장에서 자재로 사용한 업체 10곳을 국토교통부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이러한 선단확장판이 부착된 파일이 PHC파일시장을 잠식하고 아무나 사용할 수 있다면 품질보증제도는 혼란에 빠지고 건설공사의 결과는 시간문제일 뿐 공사하자, 건물붕괴로 이어져 대재앙을 불러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용행위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또 “KS규격의 PHC파일 제조업체들은 모두 자체 공장을 가지고 엄격한 기준 하에 만들고 있지만, 외주로 진행되는 변형파일 확장판 제조 과정은 KS에 준하는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형파일 제조업체들은 “확장금속판이 지지력을 100% 발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현장에서 재하시험을 통해 설계하중을 확인했으며, 확장판은 자동차 차체 등에 쓰이는 주강작업을 통해 만들면서 KS에 준하는 인장강도 등에 대한 시험을 거치고 있어 성분에 대한 문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고발업체측은 구조성능에 문제가 없으면 법이 정한대로 KS인증을 받고 생산판매하면 되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SH)공사와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은 이 제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건설 자재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박재남·조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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