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도둑질이 아닌 장난으로 웃어넘길 수 있었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수필집 ‘닭서리’가 발간됐다.

수필가 강흥구(59, 사진)씨가 엮어 낸 이 책에는 61편의 수필이 ‘산 바다 그리고 여행’, ‘흘러간 세월 속으로’, ‘행복을 만드는 가족’, ‘그리운 사람들’, ‘함께하는 시간’ 등 5부로 나뉘어 담겼다. “제2의 인생의 시작은 글쓰기로 출발했다”는 저자가 그동안 살아온 기억들을 글로 기록한 것이다.

표제작 ‘닭서리’는 중학교 시절 마을 친구들과 닭서리를 한 잊지 못할 경험을 풀어낸 글. 닭서리를 한 저자와 친구들은 어른들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던 동네 형들의 자백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평생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한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저자의 눈길이 정겹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칼국수와 국수 꼬랑지에 얽힌 따스한 추억을 담은 ‘국수 꼬랑지’, 전 잘 부치는 ‘전도사’로 행복해진 명절 풍경을 그린 ‘전도사’ 등도 만날 수 있다. 글 속에는 저자의 긍정적인 시선이 엿보인다. 맛깔스러운 글 솜씨 덕에 쉽게 훌훌 읽히는 책이다.

강씨는 “기억하고 싶은 일, 지워 버리고 싶은 일, 그리운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글로 엮어 보았다”며 “짐승은 잘 먹여 살을 찌워야 짐승다운 짐승이 되듯이 수필도 살을 잘 붙여 수필다운 수필로 써서 올려야 제 역할을 할 텐데 먼저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이어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기에 조금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써 보았다”며 “처음 어리숙하던 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을 받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1956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1981년부터 2012년까지 서원대에 재직했으며, 2013년 충북여성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양성평등 글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저서로 단편소설 ‘지공세상’이 있다.

수필과비평사. 245쪽. 1만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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