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전검증에 손 놓은 관계기관과 정부차원의 대책

▲ 세종시교육청은 유치원·초·중·고 34곳을 신축발주하면서 조달청에 구매의뢰를 하지 않고 비규격 PHC확장파일을 설계에 반영, 시공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세종시에 짓고 있는 한 학교 건설현장.

“비규격 확장파일 대부분 중국산…정부 인증도 못받아”

국토부선 안전성 논란 확산 불구 행정조치 없이 ‘뒷짐’

전문가 “한국은 지진 불안전 지대…대형사고 대비해야”

KS인증을 받지 않은 지반보강용 변형파일이 아파트와 학교 공사현장 등에 무차별 사용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 건설회사·설계사·감리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가져 온 직무유기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7일 한국원심력콘크리트협동조합에 따르면 고강도콘크리트파일(PHC)이 KS인증을 받으려면 △생산시설 확보 △KS 규격에 명시된 원·부자재 사용 △강도가 ㎠당 800㎏F 이상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확장파일 제작업체에서 생산 판매하는 변형 선단 확장판 파일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 KS 인증을 받지 못했고, 이들 업체가 신청한 특허, 신기술도 심의과정에서 무효처리되거나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건설자재인 확장판 대부분은 중국산 수입품으로 KS 인증은 커녕 관련법에 따른 국토부· 산자부 등 국가기관의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측은 “변형 선단 확장판 파일이 이처럼 부실 덩어리인데도 아파트 건설회사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 파일을 수년간 사용해 오고 있고, 설계사와 감리 역시 원청업체인 건설회사의 입맛을 거스리지 못하고 비규격 제품 시용을 방관하고 있다”며 “특히 KS인증 여부를 감독해야 할 국토부는 변형 선단 확장판 파일이 비규격품이고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PHC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법이 정한 규정을 어긴 건설자재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관련 법이 무슨 필요가 있고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왜 존재해야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그런데도 비규격 건설자재 사용을 방관하는 것은 대재앙을 예견치 못하는 근시안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유치원·초·중·고 등 신설학교 34곳에 비규격품인 변형 선단 확장판 파일을 시공토록 발주한 세종시교육청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기업자간 경쟁방식으로 직접구매(조달위탁구매)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변형 선단 확장판 파일 제작업체측은 “(해당 제품이) 국토관리청이 인증한 품질검사전문기관에서 승인한 KS규격에 준하는 제품으로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기존 PHC파일보다 30%내외의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을 할 수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비규격품인 변형 선단 확장판 파일이 아파트 신축에 쓰여졌다는 동양일보 보도가 나가자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청주시 율량지구 대원칸타빌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사람의 다리 역할을 하는 파일을 비규격제품을 썼다니 믿을 수 없다”며 “최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대형사고들이 잇따라 불안한데다 아파트 가격마저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재남·조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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