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지난 달 24일 교육부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주요사항을 발표하였다. 새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되었다고 한다. 교육과정과 관련한 개정 방향의 핵심은 인문·사회·과학기술에 관한 기초 소양 함양이다. 특히,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편의 경우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으로서 통합적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하는 것과 정보화 사회의 기초 소양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의 강화, 그리고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요구에 따른 안전 교육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금번 교육부 발표 내용 중 논란의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고교과정에서 문·이과 구분 문제이다. 사실 현행 교육과정 지침에서도 문과, 이과의 이원화된 구분은 없으며 다만 교육과정 운영과 수능으로 대표되는 대입 전형의 필요에 의해 문·이과 과정을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고교과정을 통해 공통과목을 이수하게 함으로서 자연스럽게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5차 교육과정 개편 이후 지금까지 교육과정 개편의 흐름은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 강화와 난이도 조절에 따른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5차 교육과정에서 46개 과목이었던 것이 7차 교육과정에서는 87개 과목, 2015년에는 102개 과목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원 확보 및 시설 지원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제기되어 왔다. 지금도 일선 고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교과목 선택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을 보면 교육과정 개편의 실효성 측면에서의 논란은 여전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융합’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교육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이것저것을 한 틀에 밀어 넣고 교육하는 것이 융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최근 들어 융합이라고 함은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를 염두에 둔 이종(移種)학문 간의 결합을 말한다. 따라서 융합교육은 철저히 문재해결 중심 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형 교육 과정 개발과 운영이 필수적이다. 즉,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요소 기술이나 지식을 의사소통과 팀웍 속에서 통합하는 과정을 학생들이 몸소 실천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융합적 소양이다. 수학능력 시험이 고교 교육과정의 운영 형태를 결정해버리는 현재의 우리나라 현실에 있어서 수능제도의 변경 없이 고교에서 이 같은 융합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일선 고교에서 ‘통합과학’과 같은 통합형 교과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강좌에 다수의 교사가 투입되는 팀티칭(team teaching)이 이루어져야 하며 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의 경우 외부 전문가의 초빙에 의해 필요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설령 팀티칭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교사 개개인의 융합에 대한 경험과 역량이 부족할 경우 융합교육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여전히 개별 학문 또는 교과영역 위주의 교원 양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 교육과정에서의 융합교육이 다소 이른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과 수능제도 개편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제도 개편에 따른 사교육 시장만 커질 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기초학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결과는 없었다.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요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교육과정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교육과정은 한 번 정해지면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나 대학 입시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교육과정의 변경이 대학 입시와 별개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교육 당국은 교육과정 개편을 위해서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의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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